이면우 박사의 ‘신사고 이론20’이란 책이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인 저자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패턴,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차이점들을 연구하여 강의하던 것을 비전공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책이다.
나온 지가 벌써 몇년이 지난 책인데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보편적 진리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산업공학이 전공인 분이라 일의 능률성과 질을 다루는 이야기가 많아서 ‘사람은 왜 사는가’류의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잘 해보고 싶을 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20가지 이론을 정리해놓은 목차를 보면, 제목들도 기발해서 고스톱 2등 이론, 자전거 이론, 모범생이론, 송곳 이론 등 주변의 실례들에서 얻은 교훈을 하나씩의 이론들로 정리한 것이다.
그냥 한번 쓱 읽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구체적 생각이 흐릿해질 때마다 한번씩 꺼내서 읽고는 한다.
나의 사는 생활이 가족과 나의 일 사이에서 항상 시간의 줄다리기를 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보면 이 책에서 배운 ‘송곳 이론’은 꽤 도움이 된다.
생활에서 부딪치는 일이 종류도 여러가지고 일의 경중도 여러가지이니 하루종일 바빴는데도 일이 밀린다 싶으면 이 책에서 배운 대로 종이를 펴놓고 일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송곳이론은 모든 일을 뚫어야 하는 두꺼운 가죽으로 보고 시작한다. 어차피 송곳 하나로는 한번에 하나씩 집중해서 뚫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니 여러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일이 복잡하고 어렵게 보이면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파악해서 그 중에 가장 쉬워 보이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을 하는 방법이다.
언뜻 생각할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 같지만 늘 일이 많다고 느꼈던 나로서는 굉장히 도움을 받은 이론이다. 쉬운 일들이어도 필요한 일들이니 하나씩 하다보면 일도 줄고 성취감도 생겨서 용기가 난다. 그러다 보면 어렵게 생각했던 일도 해나가는 도중에 저절로 풀리는 때가 많다.
흔히 이야기하는 일의 ‘우선순위’의 시각적 접근방법으로 모든 일의 시작에 있어서, 과연 “내가 꼭 뚫고 싶은 가죽이냐 아니냐”하는 질문을 시작하게 해준 이론이기도 하다.
일이 많다는 것이 정말 많은 것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냥 바빠만 보이는 쓸데없는 일들을 좇아 다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것도 이 책이다.
해야 할 온갖 일의 종류를 중요성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눈 뒤 일을 하노라면, 1등급과 2등급의 일들만 하다가도 어느새 하루가 갈 것이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해본지 하루 이틀이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예전에 시간관리 세미나에서 일에는 중요하고 급한일, 중요하지만 급하지는 않은 일, 안 중요하지만 급한 일,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로 나눈다는 말을 들었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미리 미리 준비를 해서 중요한 일을 급해지기 전에 차례로 해결하는 사람이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매일 벌어지는 바람에 하루하루를 막으러 다니다가 보내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중요한 일의 기준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특히 10년 뒤에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목표로 놓고 해야 할 일과 그냥 넘어 갈 일을 나누다 보면 훨씬 생각이 명료해진다.
햇살이 한창인 이 계절에 난데없이 ‘신사고 이론20’을 복습하는 이유는? 물론 내 주위에서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까닭이다. 미뤄 오던 집의 증축공사도, 둘째 아이의 입학준비도 모두 현재에 닥친 중요한 일이다 보니, 매일 저녁 앉아서는 다음날의 할 일을 적는 착한 학생의 모습이 되어버린 지금, 가끔은 방향 확인이 필요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