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대그룹 어떻게 되나

2003-08-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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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헌 회장 자살후

▶ 계열사간 연결고리 묘연해 판도 안개속 독립적 운영체계로 별다른 변화 없을 수도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구심점을 잃은 현대그룹에는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이끌어온 현대그룹은 한때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국내 재계 서열 1위로 군림했던 과거의 현대그룹과는 엄연히 다르다.
비록 정 회장이 옛 현대그룹의 법통을 이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지금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재계 서열 10위권 밖의 기업집단이다.

지난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핵심계열사들이 형제간 배분 형태로 떨어져 나갔고, 그후 그룹의 모태격인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주력사들도 계열 분리됐기 때문이다.
향후 현대그룹의 변화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정 회장의 그룹 지배 구조가 매우 느슨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근거로 내세운다.
정몽헌 회장은 장모인 김문희씨가 대주주(18.57%)로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머지 계열사들을 장악해왔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 지분를 15.16% 보유하고, 다시 현대상선이 현대아산(40%), 현대증권(16.63%), 현대투자신탁증권(1.5%), 현대정보기술(4.4%), 현대택배(30.11%) 등 나머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구도였다.

다시 말해 타계한 정 회장을 빼고 나면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등 나머지 계열사간의 연결고리가 묘연해지는 셈이다.
또 정몽헌 회장의 친형제로 각각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의 역할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왕자의 난’으로 반목의 골이 깊어지기는 했지만, 정 몽헌 회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형제간 우애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북사업에 발목을 잡혀 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아산 등에 현대차나 현대중공업의 `실탄’이 수혈될 것이라는 분석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자살한 정 회장이 생전에 현대아산 회장을 맡으면서도 각 계열사를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당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생존 당시 국내 최대 재벌로 군림했던 현대그룹이 잇단 악재 끝에 `잔해’마저 보전하지 못하게 될지, 아니면 극적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지 크게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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