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개성 ‘빈티지 룩’서 찾아
2003-07-25 (금) 12:00:00
화가 박광열씨의 옷 샤핑
유행 따르기 싫어
중고 허름한 옷 골라 입어
‘제트 레그’‘쿠’등
청바지 20달러 미만에 OK
가격은 저렴하지만
참신한 스타일 발굴 ‘재미’
약 2년 전부터 ‘빈티지 룩(vintage look)’을 패션잡지들에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빈티지 룩’은 원래 중고의 허름한 ‘빈티’나는 스타일이다. 중고의 싸구려 풍의 의류들이 어느새 유행이 돼버려 청바지의 경우, 오래 입어서 색이 바랜 것이 아닌 아예 색이 거의 다 빠진 채로 제작된 청바지는 이미 많은 주류 의류점에서도 판매되고있다.
화가 박광열(26)씨는 고교시절 때부터 빈티지 패션에 관심을 갖고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옷가게들을 많이 찾아 다녔다. 유행을 따라하는 것을 혐오하는 박씨는 “실험정신이 결여된 대량 생산된 브랜드의 옷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멋을 살릴 수 있는 패션을 좋아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미술공부를 하던 박씨의 주머니사정도 중고 의류점을 자주 찾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박씨가 주로 가는 빈티지 옷가게는 ‘제트 레그(Jet Rag·825 N. La Brea Ave.)’. 제트 레그는 중고의류만 판매한다. 2층으로 된 1만8,000 스퀘어피트의 제트레그는 청바지, 드레스, 가죽자켓, 양복까지 없는 것이 없다.
제트 레그의 매니저 대니얼 드레언은 “30대 미만이 주 고객 층이며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도 많다”고 소개하며 “영화배우 캐머론 디아즈와 크리스티나 리찌, 대릴 해나 등도 자주 찾는다”고 귀뜸 했다.
박씨는 “3년 전만 해도 가격이 지금의 반밖에 안됐다”며 유행이 되면서 빈티지 옷 가격이 올랐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아직도 제트레그의 쓸만한 옷들의 가격은 일반 의류점의 반값이다. 청바지는 20달러 미만이며 남방은 8~20달러, 티셔츠는 5~10달러 수준이다. 모든 이들이 소화하기 힘든 옷들도 많으나 잘 찾아보면 다른 의류점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보석’같은 옷들을 구입할 수 있다.
멜로즈에 있는 ‘쿠(ku·75 61 Melrose Ave.)’도 박씨가 잘 가는 옷가게다. 독자적인 ‘ku’라는 브랜드를 취급하는 이 곳은 약간 업그레이드 된 빈티지 스타일의 옷들을 판매한다. 아직은 일반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브랜드지만 동양철학에 바탕을 둔 쿠의 디자인컨셉을 좋아하는 단골 고객들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라 언젠가는 미 주류사회에서도 알아주는 상표가 될 수도 있다.
이 곳의 매니저 컬럽 비레이삭은 “쿠는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일본 진출에 성공한 브랜드”이며 현재 멜로즈 매장도 “더 많은 옷들을 진열할 수 있도록 내부공사를 했다”며 늘고 있는 고객 층을 자랑했다.
쿠는 한자로 ‘공(空)’이며 불교에서 이르는 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因緣)에 따라 생긴 가상(假相)이며 영구불변의 실체(實體)가 없음을 디자인의 기본 컨셉으로 하고 있다. 박씨는 쿠에서만 판매하는 구름모양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이 곳에 자주 들린다고 한다. 쿠의 옷 가격은 약간 비싼 편으로 바지는 80달러, 남방은 40달러, 티셔츠는 20달러 이상이다.
패션은 이미지를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고 있다. 패션광고를 보면 특정 상표의 옷을 입지 않으면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믿게 한다. 소비자들은 이젠 빈티지를 통해 또 다른 삶을 추구하고 있다.
아메리칸레그(150 S. La Brea Ave.)에 가면 150달러가 넘는 리바이스 청바지뿐만 아니라 구찌 선글라스와 지갑, 접시와 침대용품까지 모든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각종 유명 브랜드의 빈티지 스타일의 제품을 판매하는 이 곳은 카페도 붙어있는 문화공간이다. 이젠 무엇이 빈티지이고 무엇이 아닌지 굳이 구분하기도 힘들다.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