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르헨티나의 와인

2003-07-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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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와이너리

아르헨티나에는 약 8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카테나(Catena)이다. 1902년에 이탈리아인 니콜라 카테나에 의해 시작된 카테나는 1963년 현재 주인인 니콜라스 카테나가 물려받으면서 급성장했다. 최근 카테나는 프랑스의 라피트 로실드와 멘도자에 50대 50 투자를 하여 보데가스 카로(Bodegas Caro)를 설립하였으며, 첫 보데가스 카로는 약 45달러의 가격에 2000년산이 지난 해 출시되었는데, 와인 전문지와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카테나의 레이블은 최고급인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Nicolas Catena Zapa)부터 카테나 알타, 카테나, 알라모스 등이 있는데, 1997년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는 로버트 파커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극찬하는 와인이다.

카테나를 제외하고는 마리포사, 로페즈, 루이스 보스카, 놀튼 등이 잘 알려진 와이너리이지만 품질과 규모에 있어서 카테나를 따라가지 못한다. 칠레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도 1997, 1999, 2000년 빈티지가 훌륭한 빈티지로 꼽히며 특히 1997년과 1999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훌륭한 빈티지로 꼽힌다.


현재 카테나 말벡과 카버네 소비뇽은 홀 푸드 마켓에서 찾을 수 있고, 놀튼 말벡과 멜로는 코스트 플러스 월드 마켓에서 찾을 수 있다.


우유 마시듯 와인 마시는 것이 생활화된 아르헨티나에서는 와인이 고급 식품이 아니고 따라서 질 좋은 고급 와인은 매우 드물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들은 칠레가 15년전에, 그리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20여년 전에 그랬듯이, 값싼 내수용 와인을 계속 생산할 것인가, 아니면 경쟁력 있는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여 수출을 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 중 몇몇 와이너리들은 이미 고급화를 추진하여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하는 훌륭한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변화해가는 아르헨티나 와인 산업을 대변하듯이, 1975년에 5%의 와인만이 중급 이상 판정을 받은 데 비해 현재는 25% 이상이 중급 또는 그보다 더 좋은 품질의 와인으로 인정받고있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유난히 유럽의 문화적 유산을 많이 물려받은 나라이다.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영국인처럼 옷을 입고, 프랑스인처럼 말하며, 자신들이 이탈리아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같은 그들의 문화적 배경에는 유럽의 와인 문화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포도가 들어왔고, 프랑스의 포도 품종과 재배법이 도입된 후, 이탈리아와 스페인 이민자들에 의해 와이너리가 세워지고 운영되어왔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기후는 포도를 기르기에 적합한 일조량을 자랑하지만, 대부분의 국토가 연중 300일 이상 비가 안 오는 화창한 날씨에 덥고 건조한 사막지대라 물을 조달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 하지만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르헨티나에 들어왔을 때, 이미 원주민 인디언이 물길을 끌어다 농작을 하고 있었고 그 후 유럽인들이 점차 많이 이주해오면서 좀 더 과학적인 물길을 낼 수 있었듯이 아르헨티나의 농경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아르헨티나의 와인을 이해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대부분은 적포도주이고,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멘도자(Mendoza)가 꼽히며, 주품종은 말벡(Malbec)이다. 물론 샤도네, 셰닌 블랑, 소비뇽 블랑, 세미용, 토론테스(Torrontes) 등의 백포도주도 생산되지만, 최고 품질의 와인은 100% 적포도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멘도자에서는 아르헨티나 전체 포도주의 75%가 생산되고 있으며, 멘도자에서 재배하기에 가장 적합하고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내는 포도 품종이 말벡인 것이다. 말벡은 토양과 기후 모든 면에서 멘도자 지방에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꼽히며, 전세계에서 최고 품질의 말벡이 이 곳에서 생산된다. 그러므로 와인을 구입할 때, 아르헨티나-멘도자-말벡, 이 세 단어를 발견한다면 구입하여도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위기로 화폐가치가 추락하였으므로 가격 대비 품질에 있어서도 매우 훌륭하다.
말벡은 색이 무척 진하고, 산딸기, 자두, 꿀의 향을 맡을 수 있으며, 잘 익은 포도로 빚어지는 와인이기 때문에 입안에서의 느낌이 벨벳처럼 부드럽고 마신 후 긴 여운을 남긴다. 카버네 소비뇽보다 태닌을 적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말벡은 마치 숙성된 고급 카버네를 마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육류와 함께 마시기에 최고로 적합하다. 이 밖에도 아르헨티나에서는 훌륭한 품질의 카버네 소비뇽과 멜로가 생산되고 있으며, 토론테스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할만큼 독특한 백포도주 품종으로 과일향이 향기롭고 마시기 쉬운 와인으로 꼽힌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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