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나는 부시, 힘겨운 미국

2003-06-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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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조지 W. 부시대통령 전성기이다. 오늘 부시대통령은 접시당 2,000달러의 기금 모금 행사를 위해 맨해턴에서 왈츠를 춘다.
전국을 돌며 성공리에 진행된 기금모금 디너 행사의 마지막 기착지이다. 돈많은 부자들이 연방정부에 대한 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더 막강하게 하려고 대통령에게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어주는 재미있는 행사이다.

부시는 오늘 저녁 500만달러 정도를 끌어들일 것이고, 궁극적으로 그의 재선 기금은 2억5,000만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다.
돈 많은 부호들의 기금모금과 연방세금 정책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제 뉴욕타임스에 실린 데이빗 로젠바움의 기사를 보면 부시의 세금 감면과 관련한 재미있는 정보들이 있다. 최상위 1% 해당되는 부자들이 연간 누리는 세금 감면액수는 평균 거의 10만달러에 달하리라는 것이다.

반면 전체 납세자의 절반은 올해 100달러 미만의 세금 감면을 받고, 2005년이면 3/4이 100달러 미만의 감면을 받게 된다.
지금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절정기일 지 모르지만 미국으로 봐서는 그렇게 좋은 시기가 아니다.


우선 세금감면을 보자. 부시는 가족들이 모아 놓은 재산을 있는 대로 다 털어 쓰고 크레딧 카드란 카드는 다 최고 한도액까지 꽉꽉 채워서 쓰는 방탕한 아버지 같다. 이런 시나리오 대로라면 결국 언젠가 자식들과 손자들은 돈 한푼 없이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는 것이다.

일자리를 보면 부시 취임후 사기업 분야에서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실직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90년대 후반 늘어났던 임금 인상분은 살금살금 다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 복지혜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금 같은 소셜 시큐리티나 메디케어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대통령이 마구 세금을 깎아내 정부가 파산지경이 되면서 가장 인기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들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환경문제로 가면 점입가경이다. 부시 백악관은 지구온난화 같은 말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공식 정부 문서에서 그런 말들은 잘려나가고 지워지곤 한다. 개솔린을 물같이 쓰는 SUV같은 게 환영받는다.

부시 백악관에서는 대부분 과학자들이 알고 있는 대로의 지구 온난화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맨해턴의 기금모금 파티에서 이런 이야기들은 거론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근로 계층이나 극빈층 미국인들의 삶의 현실에는 언제나 관심이 기울여 질 것인가. 아마도 부시 행정부 시대가 끝난 다음이나 될까.

밥 허버트/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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