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동차로 하는 의사전달

2003-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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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라크 전쟁 직전에 똑같은 메시지를 범퍼에 붙인 자동차들이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하였다. 노랑색 종이에 까만 글자로 프린트된 “No War on Iraq”이라는 범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며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였다. 평화 시위 집회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스티커를 바삐 나누어주는 기사를 읽은 다음날 내가 사는 마린 카운티의 대부분의 차들은 똑같은 메시지로 차를 장식하였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시작 된 후에 자동차 범퍼 스티커가 천천히 바뀌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4월에 접어들면서 많은 자동차들이 범퍼 스티커에서 ‘on Iraq’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다녔다. 짧아진 범퍼 스티커에는 “No War”라는 단어만이 남아 있었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12 인치 범퍼 스티커가 6 인치로 줄었고 특정한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에서 일반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로 변하였다.

오리지널 범퍼 스티커를 재사용 하는 아이디어가 참 재치 있고, 어떤 특정전쟁을 반대하는 표현이 전쟁 자체를 반대하는 의사표현으로 변형된 메시지가 더욱 재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5월에 들어서면서 스티커가 더 짧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뜨였다. “No War” 대신에 “No W”라는 범퍼스티커로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 메시지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서 ‘W’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중간 이름이며 그의 별명이라는 것을 알면 도움이 된다.


범퍼 스티커의 변형과 더불어 메시지의 변화를 보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읽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 하다가, 다음에는 전쟁 자체를 반대하고, 마지막에는 전쟁을 추구하는 대통령을 반대하는 범퍼 메시지의 변화가 참 재미있다. 이 모든 아이디어가 하나의 범퍼스티커에 담겼기에 더욱 재미있다.

범퍼 스티커 이외에도 자동차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하는 방법이 있다. 가주는 자동차 소유자가 장식 번호 판을 다는 것을 허용한다. 우리 집 이웃 아줌마는 최근에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녀의 자동차 번호 판은 ‘MOMSPHD’이다. 그 집 딸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번호 판을 선물한 것 같다.

운전하면서 내가 즐기는 게임 중에 하나가 자동차 번호 판의 숨은 뜻을 해석하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서 ‘gr8 1’은 ‘great one (위대한 사람)’이다. 한번은 ‘MZT K191’이라는 번호 판을 보았다. 그 번호 판에 힌트가 있었기에 나는 집에 와서 클래식 음악 컬렉션을 체크하였다. 그 차의 소유자가 좋아하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K191 Bassoon Concerto in B-flat major’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나는 장식 번호 판이 없다. 만약에 내가 장식 번호 판을 산다면 ‘ROOM9’이라는 번호 판을 살 것이다. 신문지상에서 점잖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니기에 독자들 각자가 해석하기를 바란다. 이 번호 판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장난기를 담은 웃기는 말이다.


나의 작은 아들은 장식용 번호 판을 달고 다닌다. 그의 번호 판은 그의 이름표다. 26년 전 아들이 태어났을 때에 나는 아들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주고 싶어 그의 이름을 ‘사이몬 피터 평화 포먼’이라고 지어주었다. 아들은 ‘사이몬’이라고 불리며 인생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심플 사이몬’이라며 놀이할 때 부르는 노래로 놀렸다. 아이는 두 번째 이름인 ‘피터’를 사용하기를 원하였다. 우리가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왔을 때 다시 아이는 ‘사이몬’이라고 불리기를 원하였다.

가수로서 예술적인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 아들에게 ‘시몬 베드로”를 사용하라고 나는 권고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자기 한국이름인 ‘평화’를 예명으로 사용하며 최근에 발표한 그의 힙 합 CD 타이틀도 ‘평화’로 택하였다. 만약 ‘PYNGHWA’라는 번호 판을 붙인 차를 보면 나의 아들 사이먼에게 안부를 전해주기 부탁한다.

크리스 포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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