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뒤늦게 발뺌하는 백악관

2003-06-14 (토)
크게 작게
콘돌리자 라이스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은 이라크가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얻으려 했다는 주장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아님을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한 뒤에나 알았다고 말했다. 한 행정부 관리는 딕 체니 부통령측이 바로 내 칼럼에 나온 내용을 읽고서야 이번 일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체니와 라이스가 이처럼 모른다고 하니 내가 소상히 알려주겠다. 5명의 관계자들의 말을 토대로 풀어나가겠다. 이 중 2명은 우라늄 구입에 관한 정보에 직접 개입돼 있으며 다른 3명은 이 같은 사실을 계속 브리핑 받은 사람들이다.
이야기는 200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작된 3급 정보는 서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 나이지리아가 이라크에 우라늄을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탈리아 요원이 이를 입수해 영국에 넘겨주었고 다시 워싱턴으로 전달됐다. 체니는 중앙정보국에 조사를 의뢰했다. 중앙정보국 전직 아프리카 대사를 2002년 2월 현지로 보냈다. 그는 현직 미 대사와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그는 의회와 국무부에 행한 증언에서 이 문서가 두 가지 점에서 가짜라고 했다. 문서 서명자인 나이지리아 장관은 이미 수년 전 퇴임했고 나이지리아가 우라늄을 판매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앙정보국은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중앙정보국의 테러담당기관도 자체 조사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으며 국무부 정보팀도 마찬가지였다. 정보기관들은 이 정보가 사실무근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부통령, 국방장관, 국무장관에 대들지 못했다. 부시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행정부 내 이념주의자들이 이라크 핵 프로그램에 대해 스스로를 속인 것은 분명하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