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치된 죽음의 거리

2003-06-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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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가르시아의 오른쪽 눈 옆에는 작은 삼각형 모양의 문신 3개가 새겨져 있다.
“사람들은 그걸 갱 심벌로 생각해요. 나는 사람들을 겁주느라 그게 내가 죽인 사람 숫자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건 그냥 내 미친 삶의 심벌이에요”
21살의 그는 이스트 LA에서 갱 멤버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그 생활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는 청년이다. LA의 험악한 동네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느끼는 것은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친척, 친구들이 툭하면 총에 맞아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내 친구들중 죽은 아이가 6~7명은 돼요. 어려서 죽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됐지요”

사우스 LA나 이스트 LA등지에서 빈발하는 폭력의 극한 정도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 보다 더 기이한 것은 그런 비극을 그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도시 주변 사람들의 태도이다.

원래 그려러니 하는 태도이다. LA는 미전국에서 살인사건 발생률 1위로 지난 20년간 1만명의 젊은이가 살해되었다.


만약 똑같은 일이 여기서 몇 마일 북쪽이나 서쪽에서 일어났다면 아마 전국적 스캔들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LA에서 갱과 폭력에 휩쓸린 아이들을 돕는 데 헌신하는 그레고리 보일 신부는 지난 1988년 이후 116명의 아이들을 묻었다고 했다.
모두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들이고 그들을 죽인 아이들 역시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난폭하게 서로 죽이고 주는 아이들을 보면 대개 부모가 가정 폭력자들이거나 알콜, 마약 중독자, 혹은 하루종일 일하느라 자식들을 돌볼 겨를이 없는 편부모들로 어떤 식으로든 보호자 없이 방치된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거리 갱들의 환영하는 손짓은 거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LA의 폭력사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부모들과 커뮤니티가 힘을 결집해서 갱폭력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조짐이 보이지를 않고 있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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