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실 확인에 관심 없었다

2003-06-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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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확인 작업이 5일 현재 78일째다. 그러나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할 상황이다. 한 국방정보국 관계자는 “이 정부가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기 위해 국민을 속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사람들은 고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부시 행정부가 스스로 믿고 있는 바를 합리화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에 매달렸다고 주장한다.
근본적인 문제로 국방장관실이 너무 막강하다는 점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국방부 내에 개인적인 정보팀을 설치해 이에 의존하고 있다. 정보 조정은 중앙정보국의 관할에 두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럼스펠드에 의해 묵살됐다. 정보의 정확성은 전문가들에 의해 판별되는 게 마땅하다. 이데올로기가 꽉 찬 정치인들이 정보를 판별해서는 안 된다. 정보는 쏟아지고 많은 경우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군가 일부로 조작해 흘리는 경우도 있다. 중앙정보국에서 26년간 일했던 한 요원은 “대통령은 매우 힘센 사람이다. 그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정보요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럼스펠드는 이라크 반체제 인사인 아메드 찰라비로부터 나오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 정보원은 “럼스펠드는 이념주의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정해 놓고 이를 뒷받침할 정보만을 찾고 있다. 그는 사실확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보분야의 한 고위층 인사는 이같은 현상을 총체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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