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에 등돌리는 중국

2003-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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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프랑스 에비앙에서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정상회담을 막 마쳤다. 이번 회담에서 후진타오가 보인 태도를 보면 북경은 북한이 핵을 들먹이며 위기를 조장하는 데 대해 화가 나있고 북한에서 전쟁이 날 경우 중국에 미칠 사태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개월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태도가 바뀐 것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중국은 북한이 핵개발 의도를 표명하고 나서는 데 대해 염려는 하지만 경악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김정일의 행동에 대해 넌덜머리를 내는 한편 미국에 협조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은 ‘김정일은 필경 허풍을 떠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이 부정확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우선적 관심은 국경 주변의 평화와 안정이다’로 요약되었다. 미국의 압력으로 전쟁이 나거나 북한 체제가 붕괴될 경우 수십만명의 북한 난민들이 중국으로 밀려들어올 것을 북경은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은 최고위급 외교관을 평양으로 보내 쓸데없는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워싱턴과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한 압박용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북한 대표가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것은 그 직후였다. 이후 중국은 워싱턴에 일련의 대표들을 보내 북핵사태와 관련, 변화된 태도를 분명히 했다.

중국이 강경한 입장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이 중국의 기본적 이해를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북경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수출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은 자국이 핵확산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북한의 핵 개발은 한국, 일본, 타이완으로 퍼져가면서 중국이 핵보유국가들로 둘러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통상 및 경제적 이해를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은 중국의 해외원조 예산의 1/3을 축내는 데 반해 한국은 중국의 주된 투자국가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마찰을 더 이상 심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북경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 워싱턴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에서 전쟁이 나기를 바라는 중국 사람은 없겠지만 정작 전쟁이 터질 경우 중국은 전후 자국의 안전과 관련한 이해가 존중되는 한 팔짱끼고 옆으로 비켜 서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이 미국에 보다 더 협조적으로 만들기 위해 미국이 할 일을 무엇일까. 우선 미국의 정책이 일본과 한국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북경이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앞서서 미국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빗 램턴/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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