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치 못할 부시의 ‘사실 왜곡’

2003-0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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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주요 일간지들과 미국의 주요 시사잡지들이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은 부시 행정부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를 지나치게 조작했다는 얘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실책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부시와 블레어 행정부가 이를 다룬 태도에 문제가 있다. 그들은 전쟁을 원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입장을 밀어줄 증거만을 내세웠고 반대되는 증거는 도외시했다.

전쟁을 지지했던 영국의 런던타임스도 블레어 행정부가 전쟁을 밀어붙이기 위해 잘못된 주장을 했다며 비난했다. 헌데 미국에서는 이 같은 지적이 미미하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더 시끄럽게 떠들었는데도 그러하다. 부시행정부는 아주 조직적으로 진실을 왜곡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부시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기정사실화 해서 말할 때 의혹을 제기하던 기자들은 옆으로 밀렸다. 감세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세금을 내는 모든 납세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렇지만 부유층에게 대부분이 돌아가고 서민들에게 자그마한 도움만 돌아가는 감세 조치다.

결국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주요 사안들에 있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전쟁과 평화에서는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후세인이 살인적인 폭군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이번 전쟁에 광분해 온 신보수주의자들이 지난 80년대 중앙아메리카의 살인부대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후세인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문제다. 사실을 왜곡해 전쟁을 일으켰다면 워터게이트보다 더 나쁜 짓이다. 여기서 가만있으면 안 된다. 내년 선거에서 또 어떠한 일을 저지를지 모르며, 자칫 우리의 정치체제가 타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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