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공할 무슬림 블럭

2003-05-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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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향후 장기간 중동지역의 정치판도를 지배할 가공할 시아파 세력을 형성케 했다는 점이다. 이란과 이라크에는 시아파가 다수파이다.

바레인도 그렇다. 레바논에서도 다르지 않다. 시리아에서는 시아파가 소수이지만 정부 내에서 압도적인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지방에서는 시아파가 다수이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인디아에도 시아파가 상당수 살고 있다.

미국은 개별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지만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면서 시아파가 페르시아만과 지중해 지역에 걸쳐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란 점을 간파하지 못했다. 게다가 시아파들에게는 종교지도자들의 입김이 무척 거세다는 점이다. 더욱이 수니파와 달리 시아파는 고정된 법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추앙하는 종교지도자의 말을 따른다. 세계에는 15억명의 무슬림이 있으며 이 가운데 1억1,200만 명이 시아파이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수주간 이라크 내에 시아파 득세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아파가 지나치게 세를 확장하면 정부가 나서서 이를 통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돌아갈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시아파로 하여금 자신들의 지도자들 선출하지 못하게 하면 이들은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선 이들이 미국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다. 이들은 원래 미국에 대해 반감이 없다. 다만 미국이 자신의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때 적개심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점이다.

윌리엄 비먼/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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