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굶어 죽는 어린이들

2003-05-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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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단이 이디오피아 남부 외딴 마을 아와사에서 운영하는 간이병원에서 6세 소녀 애버래시 안드레오스를 만났다. 수백만명의 주민을 위협하는 기근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소녀는 병원에서 우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애버래시는 나은 편이다. 병원 마당에서 줄서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병원 안에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사경을 헤매는 어린이들이 즐비하다.

애버래시 뒤에 같이 서 있던 아버지는 가뭄으로 농사를 완전히 망쳤고 품팔이를 해서 하루에 약 40센트를 번다고 했다. 이 마을의 집은 여느 집이 비슷했다. 옷가지나 음식, 자전거, 시계는 없었다. 냄비 하나, 물동이 하나, 나무로 얽어 만든 침대 하나가 고작이었다.

이곳의 어린이는 어릴수록 더 살기가 힘들다. 아버지, 어머니 순서로 음식을 먹고 그 다음에 어린이들이 나눈다. 그러다 보니 힘없는 막내만 제몫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애버래시는 6남매 중 막내이므로 음식 경쟁에서 언제나 밀린 것이다.


지난 84~85년 기근 때도 100만명이 죽었지만 이보다는 나았다는 게 애버래시 아버지의 말이다. 애버래시 같은 어린이들은 서방 세계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살아갈 수 있다. 미국이 이곳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충분치 않다. 애버래시는 특별한 어린이가 아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어린이들이 도처에 있다. 어린이들의 손을 잡아보면 뼈가 만져질 정도로 야위었다. 하지만 다른 세계로부터 잊혀져 있어 조용히 죽어가고 잇는 것이다.

최상의 상황을 상정하더라도 올해 이디오피아에서만 애버래시 같은 소년 소녀 10만명이 영양실조와 관련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가뭄이 계속되고 서방세계가 지원을 늘리지 않으면 사망자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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