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협상 실패하면 그 다음은

2003-05-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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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가장 권위 있는 외교 정책 잡지의 하나인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를 펴내는 외교 전문 연구기관이다. 이곳에서 최근 북한 핵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내놔 주목을 끌고 있다. 모튼 아보라모위츠 전 외교관과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대사가 중심이 돼 구성된 전담반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북한과의 협상이 실패할 때는 대북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간추려 소개한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을 벌이는데 실패했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 잠정 협상을 추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만약 성의를 다했음에도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는 주변 국가의 전폭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비관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이 핵무기 원료를 더 많이 생산하고 워싱턴은 더 많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공존할 수밖에 없으며 북한이 핵 원료를 수출하는 것을 막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더 이상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을 미룰 여유가 없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와의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진지한 협상 안 없이 공조 체제를 이룰 수 없으며 공조 체제 없이 협상안을 내놓을 수도 없다.


미국이 진지한 협상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우방인 한국이나 일본도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주변 당사국들은 만약 협상이 실패할 경우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협상 의사를 밝혔고 두 차례나 특사를 보냈으나 이는 진지한 협상으로 볼 수 없고 추후 협상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부시는 지금까지 대북 고립정책을 취해 왔다.

미국과 우방의 다양한 견해를 한데 묶을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북한과 검증 가능한 핵 협상을 하고 한반도 주변국들로부터 그 대가로 협상이 실패할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를 지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에서 북한으로 가는 돈, 북한의 미사일 수출과 일반 무역에 대한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는 핵 물질과 무기 수출, 마약과 위조 지폐를 막기 위한 해상 봉쇄와 주요 핵 제조 시설에 대한 공습이 포함될 수 있다.

전담반 위원 중에서도 이 같은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나 부시 행정부는 이미 이를 검토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 또한 이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한 한국,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

또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관한 현안을 일괄 타결하는 대규모 협상보다는 미국이 협상 기간에 북한을 공격하지 않고 석유를 재공급하는 대가로 북한은 핵 개발을 동결하고 유엔 사찰단을 재 입국시키는 잠정 협상을 먼저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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