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10년전 첫등장 서비스 30여곳
대부분 주말 400~500명분 만들어
“요즘 누가 집에서 음식을 차려요?”
단체음식 대행서비스 ‘케이터링’(catering)이 한인타운 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결혼식, 회갑연, 돌잔치부터 각종 교회행사, 집들이까지 크고 작은 행사 준비에 빼놓을 수 없는 준비과정일 뿐 아니라 집에서 혼자 준비하기엔 벅찬 10~15명의 손님치레도 케이터링 이용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LA 한인타운에 있는 케이터링 전문점만도 10여개. 여기에 음식점, 마켓, 호텔 등도 가세해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름이 제법 알려진 곳만도 30개가 넘는다.
케이터링 서비스는 한식 케이터링이 처음 등장한 10여년 전에 비해 놀랄 만큼 향상되었다.
테이블에 흰 종이를 덮고 1회용 접시를 사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리넨 테이블보와 냅킨, 제대로 된 정식 수저와 접시들을 사용하는 추세.
결혼식 음식을 준비할 때는 예식장의 컬러 주제나 들러리들의 옷 색깔에 따라 테이블보와 냅킨의 색상을 맞춰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만큼 케이터링 업체의 부담은 늘어난 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시켜온 음식’ 티 안나게 우아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으니 환영할 일이다.
주말이면 결혼식을 비롯한 각종 대형 행사로 400~500명 분량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 길일이라도 끼어 있는 주말에는 1,000인분이 훌쩍 넘는 음식을 만들어 내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빠지는 케이터링 업체들. 집에서 만들기란 엄두도 내지 못할 분량의 갖가지 맛깔스런 음식들이 어떻게 준비되는지 살펴봤다.
‘시켜온 음식’티 안나고 우아하게
케이터링 준비 어떻게 하나
김치등 손가는 것 미리 담고
준비된 음식 30분전 셋업 완료
메뉴 14~20가지 융통성 있어
가격 업소따라 12~20달러선
맛 ·신선도 중시‘단골이 재산’
대형 행사는 주로 주말에 몰리게 마련. 하지만 음식 재료를 구입해 다듬고, 손질하느라 주중에도 케이터링 업체의 주방은 분주하다. 야채 손질은 물론이거니와 갈비는 기름을 발라 적당한 크기로 썰고, 새우는 껍질을 벗겨 용도에 맞게 손질하고, 생선도 미리 포를 떠놓는다. 주말 일손을 덜기 위해 김치와 오이소박이 등도 미리 담가 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산더미 같은 야채며 고기, 생선 등을 일일이 손질해 준비하다보면 어느 새 주말이 다가오고 토요일은 새벽부터 가능한 모든 인원이 동원되어 데치고, 삶고, 지지고, 튀기는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된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얼핏 보기엔 정신없이 돌아가는 듯 하지만 역할분담이 확실하게 이뤄진 탓에 준비과정은 전자제품 생산라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된다.
케이터링 요리에 이력이 난 주방식구들은 1시간이면 정확히 100인분을 만들어낸다는 게 신미 케이터링의 이종현 사장의 귀띔. LA지역의 행사인 경우 행사가 시작되기 두어 시간 전까지도 주방은 막바지 준비로 바쁘게 움직인다. 다음 단계는 이렇게 준비된 음식들을 운반차량에 조심스레 실어 행사장까지 빠른 시간내에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행사 시작 30분전이면 모든 셋업이 완료된다. 하지만 케이터링 행사진행요원들은 행사 중간에도 음식이 모자라지는 않는지, 고객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행사가 파하고 뒷정리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LA 한인타운 케이터링 전문점 중 가장 오래됐다는 낙원 캐더링에 따르면 1주일에 50명 미만의 소형 주문만 70~80건이 들어온다. 제공하는 음식 메뉴는 17~20가지로 행사의 성격에 따라서 정해진 기본 메뉴 외의 요리도 준비가 가능하다. 1인당 가격에는 세금 및 음료 가격 등이 포함되어 있어 약간의 서비스료만 추가해 계산하면 된다.
낙원 캐더링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김도현 매니저는 ‘단골이 재산’이라며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을 벗어나 샌디에고, 샌호제 등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적은 지역 고객들에게 오히려 케이터링이 더욱 인기”라고 말한다. 김 매니저는 “케이터링은 일반 식당과 달라 신경써야 할 일도 많고 그만큼 기술도 필요하다”며 “특히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음식을 최상의 상태로 운반, 공급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미 캐더링의 이종현 사장에 따르면 케이터링 음식은 맛과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주 두번씩 직접 생선과 야채를 사온다고 한다. 이 사장은 “요즘은 건강에 신경 쓰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생선은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고 취나물도 건조된 것은 쓰지 않는다”고 말하고 싱싱한 재료를 잘 손질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는 NASA와 UCLA를 비롯한 미국사회의 모임에도 케이터링을 하고 있는데 얼마전 이사장은 기분좋은 경험을 했단다. “미국인들이 모인 행사에서 케이터링을 했는데 그 날따라 유난히도 김치의 인기가 좋더군요. 왜 그런지 물어보니 ‘김치를 먹는 한국에만 사스가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김치가 세계적인 음식으로 인정을 받았구나 싶어 뿌듯했습니다”
케이터링 전문점은 아니지만 비원 부페도 케이터링 주문이 많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전문 요리사 12명이 준비하는 다양한 메뉴가 자랑이라 적게는 14가지, 많게는 18~20가지 요리를 준비하는데 주문에 따라 요리의 가짓수를 줄이고 양을 늘리는 등 융통성이 있다. 김범룡 부사장은 “케이터링이란 식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행사를 통해 하는 식사”라고 정의하고 “전체 주문의 30%가 외국인을 위한 행사”라고 덧붙였다.
케이터링의 가격은 일인당 업소에 따라 12~20달러. 보통 음식의 가짓수와 재료의 종류에 따라 크게 두세가지 가격대가 형성된다. 한 예로 1인당 12달러, 15달러, 18달러 메뉴를 제공하는 낙원 캐더링에서는 새우요리의 경우, 12달러짜리에는 작은 새우로 만드는 새우전을, 15달러 메뉴에는 왕새우를 사용하는 새우튀김을 준비한다.
이 가격은 보통 1인당 30달러 이상인 주류사회의 케이터링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과열 경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업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10년 전과 같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존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소홀해지게 마련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업소마다 나름대로 노하우를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음식의 신선도 혹은 다양한 메뉴 등을 내세워 나름대로의 영역을 지켜나가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거의 대부분의 업소들이 제공하는 메뉴가 한결 같아서 타운 모임을 몇군데 돌고 나면 똑같은 음식들에 질리게 된다는 것. 갈비찜, 생선전, 탕수육, 새우튀김, 잡채, 김밥, 오징어무침과 배추김치, 오이소배기, 모듬나물 등 업체에 따라 손맛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딜가나 비슷한 메뉴를 고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미리 많은 양의 요리를 준비해 여러 시간이 지나서야 먹게 되는 케이터링의 특성상 시간이 좀 지나도 맛과 질이 떨어지지 않는 요리만을 골라서 준비하다 보면 기존의 메뉴에서 크게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음식 문화가 날로 발전하는 현대사회에서 업소마다 특색있는 메뉴를 개발해 다양하고 전문화된 요리를 제공하는 케이터링 문화의 정착이 선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요 캐더링 업체들
■ 가나안 캐더링 (213)380-5550
■ 낙원 캐더링 (323)466-3737
■ 뉴파고다 캐더링 (310)326-5600
■ 비원 캐더링 (213)380-9292
■ 상록수 캐더링 (323)939-1955
■ 신라 캐더링 (213)387-5678
■ 신미 캐더링 (213)739-1919
■ LA캐더링 (323)730-8585/(714)530-7878
■ 열두광주리캐더링 (310)516-8177
■ 진미 캐더링 (213)380-2340
■ 토다이 캐더링(글렌데일&우드랜드
힐스)(213)700-4646/(818)
247-7411
<라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