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를 찾아서 분노 조절(Anger Management)

2003-05-1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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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나 총기를 사용하여 자살 혹은 살해하는 어처구니없는 폭력사태들이 심심찮게 신문에 보도된다. 이럴 때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로 느껴져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가만히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면 사실 한두 명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든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죽일 정도는 아니더라도 몹시 화가 나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몇 년씩 동업하다가 한쪽에서만 이익을 취하고 상대편을 쫓아낸 경우라든지, 종업원이 고발해서 형사처벌을 받게 된 주인의 분노,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일을 잘 처리 못해 부당 손해를 받게 된 데다가 변호사 비용까지 강요받는 경우, 종교 단체 등 각종 단체에서 분쟁과 암투로 열 받고 원수처럼 지내는 많은 경우를 보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열 받아 화병으로 괴로워하며 총이 있으면 쏘아버리고 싶다는 말을 듣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세상이 평화(?)스러워 질수록, 즉 공동의 적이 없어질수록 각 개인의 쌓인 화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언성을 높이거나, 주먹질 혹은 죽여버리겠다는 언어적 화풀이가 용납되지 않는 미국사회에서 분노는 더욱 속으로 쌓이게 되어 이 축적된 분노가 잘 조절되지 않을 때 심각한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

영화 ‘Anger Management’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즉각적으로 폭발하는 사람과 오래 화를 쌓아두어서 나중에 치명타를 입히는 두 가지 종류의 화를 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과적으로 ‘충동장애’라는 것이 있고 ‘간헐적 폭발성 장애’라는 진단이 있다. 이 사람들은 조그만 일에 엄청난 파괴력을 나타내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버스간에서 발을 밟았다고 칼로 찌른다든지, 자동차 앞을 끼어 들었다고 총을 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화라는 것은 그 정도가 어느 수위를 넘으면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흐리게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화라는 것이 생각을 통해서 온다는 것이다.

즉, 남이 나를 보고 웃었다든지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그런 오해가 있을 때 쉽게 분노하게 되는 경우, 그리고 한가지 일을 자꾸만 확대 해석했을 때 생기는 경우, 예를 들어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켰는데 아들이 말을 안 들으면,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고생을 하는데 이 작은 일도 아버지를 위해서 해주지 않으니, 아버지의 모든 공을 무시할 놈으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확대해서 생각하면 그에 대한 분노가 생기게 되고, 여기에 맞춰서 화를 내면 더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또 화는 저축성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화나는 일이 생겼고, 운전을 하다가 화나는 일이 생겼고, 그러다가 집에 와서 또 자식이나 배우자가 어떤 화나는 일을 했을 경우, 이 세 가지 화가 합쳐져 위험수위를 넘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화의 폭발로 감옥에서 대가를 치르기보다는, 미리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훈련하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는 스트레스 사회며, 스트레스가 잘 처리되지 않으면 결국 화로 나타나며, 이것은 대인관계의 불화는 물론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당뇨병, 고혈압에 대해서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화에 대한 연구가 많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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