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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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 재배치가 핵심이다

2003-05-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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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부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등의 상투적인 말을 늘어 놓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핵심은 부시의 발언이 아니라 공동 성명에 담겨 있다. 재미없는 글이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 부분은 다음과 같다.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기 위해 양국 정상은 몇몇 핵심 지역에 미군을 통합하고 용산 기지를 빠른 시일 내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주한 미군이 보다 기능을 강화, 장기간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도기 동안 노 대통령과 적절한 조치에 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한강 이북의 미군 기지를 옮기는 것은 한반도와 북동 아시아의 정치, 경제, 안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를 알기 쉬운 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주한 미군은 현재 휴전선 인근에 집중돼 있다. 그들은 북한의 구식 포대의 손쉬운 목표물이다. 공격에 노출돼 있는 이들은 사실상 인질인 셈이다. 미국이 북한 핵발전소를 공격한다면 수 천 미군 병사들의 생명이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미군 주둔에 반대해 온 노 대통령이 이제 와서 미군을 휴전선 부근에 두고 싶어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말로는 북한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그런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것이 미국의 북한 공격을 막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북한이 핵 협박을 시작한 1993년이래 10년 간 4만 미군은 북한의 대포 아래 놓여 있었다. 이제 미군은 북한 대포의 사정 거리 밖 남쪽, 그러나 필요하면 북한을 칠 수 있는 곳에 옮겨지게 됐다. 한강 남쪽의 주한 미군은 더 이상 인질이 아니라 가공할 위력을 지닌 전사로 탈바꿈하게 된다.

부시의 겉보기에 무미건조한 성명은 북동 아시아에서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큰 첫 발걸음이다. 우리는 10년 간 말로만 떠들다가 이제야 분명하고 똑 부러진 부시 스타일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잘 한 일이다.

데이빗 프럼/ 내셔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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