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스베가스 호텔 ‘섹스’를 코드로

2003-05-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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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를 내세우며 방문객 유치에 열 올리던 많은 라스베가스 호텔들이 ‘섹스’를 코드로 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라스베가스에 문을 열고 있는 대형 스트립 클럽 등 성인업소들에 상당수의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는 호텔들의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디즈니 개념을 지향한 쇼로 그동안 큰 인기를 누려 온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의 해적쇼가 막을 내리는 것.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은 이 대신 ‘TI의 사이렌’이라는 새로운 쇼를 시작할 계획인데 이 쇼는 해적들의 싸움에 섹시한 뱀파이어를 등장시키는 등 기존 쇼보다 한층 현대화되고 외설적인 내용을 꾸며져 있다. 기존 해적쇼는 지난 93년 시작된 이래 연간 450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인기쇼로 자리잡아 왔는데 이 호텔 관계자들은 "내용이 진부해 지면서 새로운 단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200만달러를 들여 내용을 바꿨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여름부터 뉴욕뉴욕 호텔에서 공연을 시작하는 인기 서커스 ‘시르크 뒤 솔레이유’도 성인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센슈얼리티와 에로티시즘을 표현한 도발적인 내용을 담을 계획으로 있다. 이밖에 많은 호텔들이 성인전용 클럽을 개설하는 등 이런 추세를 따라 가고 있다.


라스베가스 호텔들이 이렇듯 성인 컨셉의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고객 지키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최근 라스베가스에는 3,000만달러짜리 성인 전용 클럽인 ‘사파이어 젠틀맨스 클럽’이 문을 열어 기존 호텔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리석 바닥에 최고시설을 자랑하는 7에이커 규모의 이 클럽은 4만피트의 공간에서 계속되는 토플리스 댄스를 감상할 수 있는 10개의 초호화 스카이 박스를 갖추는 등 성인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라스베가스를 찾는 20~30대의 독신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란제리를 입은 웨이트리스들이 서브하는 성인클럽에 대한 필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이런 추세를 분석한다. 라스베가스 관광국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방문객 중 21세 이하 가족과 동행하는 사람은 10% 정도에 불과 하다는 것. MGM 미라지 호텔의 대변인은 "라스베가스가 가족 지향적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며 라스베가스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려 오는 곳이 아니라 어른들이 방문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런 추세에 대해 UNLV의 빌 탐슨 교수는 "라스베가스가 갈수록 섹스라는 주제에 빠져들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계속될 경우 추악한 모습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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