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정위기 땜질론 안 된다

2003-05-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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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월 근본적인 개혁을 수반하지 않는 어떠한 예산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위기는 변화의 기회”라며 캘리포니아를 위한 새로운 재정 청사진을 마련할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주정부 금고가 바닥난 상태에서 도대체 어떤 개혁논의가 진행돼 왔는가.

파당적인 싸움으로 주정부 관리들은 쉬운 미봉책에 기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릿에서 수십억달러를 빌려 오고 유권자 승인 없이 채무를 지는 것을 금지한 헌법 조항을 교묘히 빠져나갈 것이다. 자동차세를 인상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아주 긴요한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을 삭감할 것이다. 개혁도, 장기적 계획도 없으며 리더십도 없다. 그 대신 정당들은 주지사 소환선거를 놓고 입씨름을 하고 잇는 형국이다. 주민들은 탈선을 눈앞에 두고 달리는 열차에 갇혀 있는 승객이다.

3년 전 샌디에고에서 전기료가 천정부지로 뛸 때 자율화 조치가 위험을 낳았다는 경고를 내지 않고 이 문제를 지역 문제로 치부했다. 즉각 손을 썼으면 해결됐을 일을 방관하다 결국 100억달러란 세금으로 메우고 말았다. 또 다시 임기응변식의 대책으로 위기를 막으려 한다면 ‘기차의 탈선’을 잠시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정치적 술수에 의한 합의라면 공공안전, 교육, 보건 등 주요 이슈는 적절히 다뤄질 수 없을 것이다.


유일한 대안은 새로운 방향을 우리들이 요구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우리의 주이며 우리의 미래이다. 주지사와 주의원들에게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역 자치를 강화하고 수많은 중복성 사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정 이익집단이 개입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주민 4분의3이 지금 캘리포니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땜질 처방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캘리포니아는 세계에서 6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곳이다. 3,500만명이 살고 있으며 매년 50만명이 증가한다. 우리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이고 후손들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데이빗 아벨·릭 코울/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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