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사람 : ‘the Choson People’

2003-05-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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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자기나라 국민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사람인 나 역시 나의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America’라는 노래의 코러스에 “아메리카, 아메리카, 하나님 은혜가 온 누리에 비치고, 바다 한쪽 끝에서 반짝이는 바다 저쪽 끝까지 당신의 선하심으로 왕관을 씌우셨네...”이다. 르완다 민요에 하나님이 낮에는 다른 나라로 마실 나가셨다가 밤에는 아름다운 르완다로 돌아와 휴식하신다는 노래가 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가끔 이와 같은 민족주의 의식을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너무 드러내며 으스대면 별로 곱지 않게 보인다.
작년에 아프리카로 선교를 갔을 적에, 한인들이 모아준 구호 물자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적이 있다. 9.11 이후 미국사람들이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한 표어가 프린트된 셔츠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가 수 천장의 재고가 난 것을 LA 한인 옷 공장에서 기부하였다. 우리는 미국 성조기가 그려진 셔츠를 르완다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수천 명의 르완다 사람들이 “God Bless America”라는 로고가 찍힌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조금 멋쩍고 민망스러웠다. 영어를 읽을 줄 아는 르완다 사람들이 “God Bless Rwanda”라고 하며 티셔츠를 가리키며 “르완다”를 강조하며 읽어 주었다. 그러면 나도 그들과 동의하며 “진정으로 하나님이 르완다를 축복하기를” 하며 응답하였다.


근래에 들어 극단적인 애국심을 발휘하는 한국사람들을 목격하면서 이와 같은 국민의식 변화를 흥미롭게 보게 된다. 내가 30여 년 전 한국에 살았을 때는 지금과 같은 애국심의 열을 느끼지 못하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한국사람들로부터 “미제 넘버 원” “한제 넘버 텐”하는 말을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요즈음처럼 한국 신문에 한국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자찬하는 글을 거의 읽어보질 못하였다.

그리고 십여 년 후 1984년에 한국에 갔을 때 국민의식이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 전체가 4년 후에 있을 올림픽 얘기를 하며 나라의 분위기가 바뀌어 지고 있었다.

한국이 세계 일류 국가라는 것, 그리고 한국사람이 모든 것을 제일 잘 한다는 것을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열성을 내고 있었다. 이런 성향은 1988년 올림픽 경기 후로부터 미국서 발행되는 한국신문을 보면서도 느꼈다. 한국이 넘버 텐이 아니라 넘버원이 되었다. 어떤 한인 이 하나님이 말세에 한국사람들을 선택 하셨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하나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말이 아마 한국말”일 것이라고. 그래서 나도 하나님이 알아들으시게 한국말을 배워야겠다는 농담을 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문선명 통일교 교단의 한 부류의 사람들은 하나님이 한국말로 인간들과 통화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한국사람들의 우월함을 너무 진지하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들(chosen people)”인 것처럼 “조선 사람(Choson People)”인 한국사람들이 선택된 민족이라고 강조한다. 너무도 진지하게 말하는 그 사람이 농담을 혹시 진짜처럼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처럼 재미있는 표현을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조선’이 한국을 대신하여 사용되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명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이 발음이 비슷한 말장난은 영어를 못하는 한국사람들에게도 역시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조선 Choson”= “초선 chosen(선택받은)”이라는 말장난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국일보를 보면서, 고위관직으로 선택된 조선(Choson)사람들이 짙은 색 양복과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매야 한다는 규정을 알게 되었다. 유시민이라는 국회의원이 이처럼 특별히 chosen 옷을 입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는 기사를 읽었다.

가끔 나는 내가 조선사람 (Choson /chosen)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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