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아파, 정권 잡지 못한다

2003-05-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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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비판자들은 이라크전이 또 하나의 피그만 사건이나 베이루트, 소말리아가 될 것으로 점쳤다. 이제 전쟁이 끝나자 그들은 이라크가 이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다수가 배타적인 회교 공화국을 세울 것이란 얘기다.

비판자들의 예측은 항상 빗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근본주의 회교 시아파가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 의한 지배는 이란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의 시아파 시위자들은 잘 조직된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란 자금과 조직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친 이란파 시아파들은 제2차 대전 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친 소련파 공산당과 비슷하다. 외국 자금과 인적 지원 영향력 하에 있으며 나름대로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이들은 조직에 뛰어나며 정권 장악을 시도했다 실패했다는 점도 닮아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들이 이라크에서 성공하리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없다. 이라크는 인종과 종교, 지역과 계급으로 갈가리 나뉘어져 있다. 한 그룹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도록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쿠르드족을 포함 이들 모두에게 이익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지적한 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임무다.

뿐만 아니라 시아파는 가톨릭처럼 위계 질서가 있는 종교가 아니다. 이념적 정치성향도 천차만별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호메이니처럼 성직자가 정권을 장악하는 것은 수백년에 걸친 시아파 전통에 반하는 일이며 많은 이라크 시아파가 금기시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라크에 민주주의가 꽃핀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이 아랍권에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점령을 간단히 생각한 오류를 범했다. 이라크 민족주의와 이라크인의 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생각에서였겠지만 이는 아랍 국민들의 생각을 잘못 읽은 것이다. 아랍인들이 떨쳐 일어날 때는 미국이 약한 면모를 보였을 때다. 미국이 강한 면을 과시하면 수그러든다. 지금 이라크 문제는 주둔군이 너무 많은 데 있는 게 아니라 너무 적은 데 있다.

미국이 잘한 것 하나는 유엔을 비롯 외부 세력이 이라크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라크 문제는 프랑스와 러시아가 아니라 이라크 국민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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