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스 덮는다고 해결되나

2003-05-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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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명망 높던 중국의 국방장관 팽덕회는 잘못된 경제 정책의 결과 수 백만 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위 지도자들에게 알리려 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책임자인 모택동은 자기 정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 모택동과 그 추종자들은 팽덕회를 반당 분자로 낙인찍어 베이징 밖 마을에 가택 연금했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그는 투옥되고 고문당한 후 결국 살해됐다.

첫눈에는 그 후 중국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기근에 관한 정직한 보도처럼 SARS에 관한 뉴스도 광동의 의사와 베이징 관리들 사이에서 어디론가 실종돼 버렸다. 어떤 의사나 관리들도 팽덕회와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하다. 중국 전인대를 앞두고 경종을 울렸다가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베이징의 정직한 군의관이 SARS의 심각성을 지적하자 보안대에 의해 보호관찰 대상에 올랐다. 중국은 불협화음을 내거나 언짢은 사실을 공개하는 사람들에게 상을 준 적이 거의 없다.

SARS 위기는 2003년의 중국이 1959년의 중국과 얼마나 닮아 있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얼마나 달라졌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중국 체제는 아직도 관리들의 책임을 묻거나 문제를 일반에 알리는 메커니즘이 없다. 견제와 균형도, 독립적인 감시기구도 자유로운 언론도 없다. 그러나 모택동의 대약진 운동이 3년에 걸쳐 3,000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서야 중단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SARS에 관한 침묵은 6개월 간 수백 명이 사망하자 깨졌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중국 정부는 마침내 중국에서조차 지역적인 사건이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세계적 정보가 지역 문제를 좌우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내가 중국은 처음 방문한 이후 지난 23년 동안 경제 개혁은 중국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중국은 이제 현대화한 세계의 일부다. 많은 중국인들이 외국인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국내 또는 해외 여행을 통해 검열 받지 않은 뉴스에 접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국민들의 기대와 세계 커뮤니티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그렇게 하려 해도 보건 체제의 미비와 국민들의 불신이 이를 막고 있다. 지난 20년 간 사회주의적 보건 체제는 무너졌다. 중앙 정부는 점점 더 많은 의료 책임을 지방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도시 주민들은 그런 대로 훌륭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1억에 달하는 도시 상경자들은 보험 혜택이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GDP의 4~5%를 의료비로 쓸 것을 권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비밀주의도 보건의 적이다. 중국 언론은 SARS 사태를 축소 보도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에 이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의료제도의 개선과 비밀주의의 철폐야말로 중국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다.

조앤 카우프만/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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