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협상말고 대안 없다

2003-04-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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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간의 싸움은 100시간 내 북한의 가벼운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불바다가 될 것이며 오만한 악마의 제국은 마지막 숨을 거둘 것이다.”
이는 지난 주말 북한 관영 통신이 내보낸 뉴스다.

북한 위기는 전환점에 와 있다. 미 북한간의 대화는 지난 금요일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하면서 좋지 않게 끝났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북한은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과 관계 정상화, 경제 원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북한은 우리가 94년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것을 이행하는 대가로 자기들이 94년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것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협상을 위해 양자 회담 조건을 포기했으며 미국도 다자 회담 요구를 철회했다. 미국은 북한이 협상 전 핵을 폐기하라던 전제 조건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이라크 전 이후 저자세로 나오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은 워싱턴도 평양만큼 양보한 것이다. 반면 그간 비협조적이던 중국은 지금 영웅적 역할을 맡고 있다. 석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북한에 압력을 넣어 회담 장에 나오게 했다.


북한의 새 제안은 부시 대통령 말대로 “협박 게임의 재판”이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상을 주지 않으려는 부시의 생각은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현실성은 전혀 없다. 나쁜 행동에 상을 주는 것의 대안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의 핵 개발을 방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핵이 널리 퍼져 테러리스트들이 플루토늄을 구입하게 되고 한국과 일본도 핵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을 무시하는 것이다. 지난 수개월 간 이 정책을 펴는 바람에 북한은 플루토늄을 재개발하게 된 것이다. “북한에 계속 압력을 가하는 것은 실패로 끝날 것이며 지난 수년간 우리가 이룩한 것을 무위로 만들 것”이라고 한 고위 당국자는 말했다.

강경파들은 북한과의 협정 체결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이 비교적 합리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국방부가 이라크 전을 하느라 국무가 하는 일에 별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뒤늦게 국무부가 하는 일을 알아 채고는 고함을 지르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이 워싱턴은 베이징과 협력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메모를 돌린 것이 그 한 예다.
그러나 이는 꿈에 불과하다. 이런 제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펜타곤에 모여 있는 강경파들이 얼마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실패할 경우 다음 단계는 군사적 공격이다. 리처드 루거 같이 이성적인 정치인까지 이를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곤란한 형편인가를 말해 준다. 군사 공격은 성공 가능성이 있는 역사적 모험이기는 하나 수십만 한국과 일본인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미대사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부도덕한 일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대안들을 검토해 보면 협상이 전쟁보다 낫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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