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에 전범 맡길 수 없다

2003-04-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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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크 아지즈 전 이라크 부총리는 사담 측근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의 하나다. 그가 어제 체포됐다는 소식이 각별히 뜻깊은 것은 그래서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이라크 전범 수배자 명단 카드 중 그는 8번 스페이드로 분류돼 있다.에이스는 후세인과 그의 비서,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이다. 이 카드에는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는 인종 말살과 고문, 화학 무기 사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범죄자를 응징하는 것은 전후 이라크 점령의 주요 목적의 하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제안한 미국의 지지를 받는 이라크 재판부를 통해서는 이런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이라크 인으로 이라크 인을 재판하게 하자는 생각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미국이 막대한 경비와 훈련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후세인 치하에서 이라크 법원은 정의가 아닌 불의의 판결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공평한 재판이 뭔지 아는 불편 부당한 판사들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토록 엄청난 범죄를 재판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부시 행정부가 종전 반대 입장을 바꾼다 해도 국제 형사법원은 옵션이 아니다. 이 법원은 오직 2002년 7월 1일 이후에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서만 재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선택은 자격 있는 이라크인과 가급적 많은 회교권 국가 판사로 구성된 유엔 산하의 특별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 시에라리온에 있는 재판부가 모델이 될 수 있다. 불공평하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 전쟁에 참여했던 나라 출신 판사는 배제돼야 한다. 미국의 개입은 최소한도에서 그쳐야 한다. 증인을 보호할 수 있을 때는 재판을 이라크에서 해도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인근 국가에서 해야 한다.

전범 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 중 몇 명이 살아 있는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잡혀 있는 소수를 공정한 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이라크로 하여금 이들이 저지른 범죄를 일단락 짓고 앞으로 구성될 법원의 모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법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전범을 재판하기에 충분히 단기간에 이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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