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식 자유와 이라크

2003-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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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 ‘해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적 이라크’와 미국의 정책은 본질적으로 충돌의 소지가 있다. 주민들이 미군주둔에 저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라크 내 시아파 2만여 명은 최근 “자유와 이슬람은 좋지만 미국과 사담은 아니다”는 구호를 외치며 나지리아와 바그다드를 행진했다. 미국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조성할 만큼 능력이 있지도, 솔직하지도 않다. 가까운 예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각 지역의 족장들이 들고일어나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지배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지만 역사는 다른 말을 한다. 미국은 후세인의 쿠데타를 도와 그의 집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식민주의, 민족주의적인 이라크가 민주화된다 해도 이는 미국의 정책과 번번이 충돌하게 될 것이다.

이라크가 후세인처럼 독자적인 석유정책을 택하면 어떻게 되나?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에 재정지원을 계속하면 어떻게 하나? 시아파가 권력을 잡고 이란과 연대해 반미정책을 강화하면 어떻게 된다? 사회주의에 물든 이라크가 자본주의를 배격하면 어떻게 되나? 해방된 이라크가 재무장해 이스라엘과 맞서려들면 어떻게 되나?

이라크에서 군정을 지휘하는 인사들은 전반적으로 이라크에 대한 변변한 지식이 없다. 체니, 럼스펠드도 별로 다르지 않다. 폴 월포비츠 국방부부장관과 리처드 펄 자문가는 친이스라엘파다. 이들이 부시를 보좌하고 있는 게 문제다. 행정부 관리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말이다.

로저 모리스/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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