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선택

2003-04-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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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미국과 북한, 중국이 3자 회담을 열었다. 8개월 전 미국과 북한이 마지막 접촉을 가진 이래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첫 회담이다. 북한은 북미 양자회담을 고집해왔고 미국 행정부에는 ‘무관심파’에서 ‘다자회담파’까지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이번 회담성사에는 후진타오의 노력이 컸다.

가장 중요한 결정은 역시 김정일이 내려야 한다. 핵무기 보유를 고수할 지 아니면 문명사회로 나아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김정일은 지금껏 이 두 가지를 모두 교묘히 살려왔다. 핵 카드로 경제적 원조를 얻어내면서 동시에 핵 개발을 은밀히 지속해 온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자세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보다 인도주의적인 정권으로 재 탄생하든지 아니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경제제재를 받으며 무기생산과 관련해 군사공격의 위협을 감수하든 지 택일해야 한다.

부시행정부 내에서 돌고 있는 ‘북한정권 교체론’이 폐기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의 가능한 군사공격에 대비해 핵 옵션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동안 미국과 북한의 협상 과정에서 비교적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여온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등도 이번 회담과정에서 북한에 정치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해 김정일의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북한의 주변국들은 외교적인 합의를 가능하게 할 조치를 취하길 꺼려할 지 모른다. 그러나 외교적인 노력이 실패할 경우 훨씬 가혹한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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