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의 대북한 효과

2003-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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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개발을 시인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과 중국은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한국은 햇볕 정책 고수를 선언했고 중국은 북한 핵은 미국이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은 미국의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효과적인 대북 정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효과이다.
2월 전에는 한국과 중국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반대했다. 부시 행정부는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간 협상을 원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막연히 뒤에서 돕겠다는 약속만 했다. 한국의 새 대통령도 북한의 직접 대화 주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2월말부터 미국은 이라크 카드를 북한 문제 해결 도구로 사용했다. 콜린 파월 국무 장관은 베이징을 방문, 중국의 새 지도자 후진타오에게 미국 내 강경파들이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미국이 영변의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도 시사했다. 중국에게 이라크 전은 파월의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중국 주재 외교관들은 북한에 이라크 같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어로 된 ‘세계사’ 잡지에 한 학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다면 미국은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썼다.

미국이 선제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중국을 움직이게 했다. 다우너 호주 외무 장관이 최근 말한 것처럼 중국은 북한이 다자간 협상을 수용하고 도발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파월이 후진타오를 만난 후 중국은 평양에 특사를 보내 김정일에 압력을 넣었다.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지난 2월에는 다칭의 유전 송유관을 폐쇄해 말을 듣지 않으면 연간 50만 톤에 달하는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또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 개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 기관은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중국은 아직도 경제 제재에는 반대하지만 안보리 회담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 것만도 큰 변화다. 그럼으로써 중국은 앞으로 제재에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베이징 외교관들에 따르면 중국은 심지어 김정일을 교체하는 문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정일을 갈고 경제 개혁과 지역 안정에 기여할 정부를 세우는 것이 중국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중국 관리들이 사석에서 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김정일 내쫓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다자간 협상 수용을 촉구하는 등 이제 북한보다는 미국 편을 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라크 전에 비전투병도 파견, 바그다드를 지지하는 북한을 격분케 했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 선회로 효과적인 북한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이에 반발하고 있지만 한미중 3 나라의 공조 체제는 북한 핵 개발을 막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줄지도 모른다.


재스퍼 베커/ 뉴리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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