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

2003-04-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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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중국의 3자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나면 북한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다시금 하나의 옵션이 될 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제한적 공격도 이라크와 달리 수많은 희생자와 엄청난 파괴를 가져올 전면전으로 비화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 옵션을 들고 나온 것은 외국의 도움을 얻어내는 데 유용했다는 점을 활용하거나, 또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미국의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란 생각에서 일 것이다. 10년 전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나 학자들 중 상당수는 영변의 핵 시설을 파괴하는 군사행동이 가능한 옵션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지금 부시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방사능 낙진, 난민문제, 경제혼란 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핵에 위험하게 노출돼 있는 지역국가들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고 있다.
일부 군사행동 지지자들은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공격하더라도 북한이 반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공격해도 북한이 가만히 있을 것이란 가정은 너무 위험하다.
또한 핵 시설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경우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이 방사능 낙진의 범위에 들어갈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했고 소위 선제공격 전략을 공식으로 발표한 마당이라, 비교적 작은 규모의 군사행동일지라도 북한은 이를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의 고위 망명자인 조명철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이라크가 맥없이 주저 않는 것을 목도한 뒤 미국이 공격하면 수비보다는 공세로 받아치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영변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80%나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는 북한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미사일, 생물 화학무기 보유량을 감안하면 약 1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한시간에 50만개의 포탄이 서울에 퍼부을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용산 미군기지를 가격할 수 있다. 이러면 미국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불가피하게 전면전으로 빠져 들어가고 말 것이다.
북한 다루기는 가장 어려운 사안 가운데 하나이다. 군사행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다. 이는 무시무시한 파괴를 가져올 전쟁을 뿐이다.

덕 밴도우/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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