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재건의 4가지 현안

2003-04-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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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장래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4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다.

첫째, 유엔의 역할을 어느 정도로 규정하느냐의 문제이다. 부시는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시는 이 ‘중요한’ 역할을 부잣집의 집사 역할 정도로 간주하는 것 같다. 당장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생필품을 배분하는 일을 미군이 맡는 게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수개월 내 유엔이 정치과정을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라크에서 과연 누구에게 권력을 이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국방부는 이라크 의회의장을 지낸 아메드 찰라비를 좋아하지만 이라크 주민들은 그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오히려 경쟁자인 무하메드 바크 알하킴을 선호한다. 만일 미국이 찰라비의 뒤를 봐준다면 큰 과오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영국이 1920년대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는 바람에 후세인에게 정권 찬탈의 명분을 준 것이다.


셋째, 미 행정부에서는 누가 이라크를 감독할 것인가? 국무부인가, 아니면 국방부인가. 국무부는 관료주의라는 비난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중동문제에 해박한 외교관들을 배제하고 이라크를 재건한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얼마나 오래 이라크에 머물러야 하는가? 미국은 이라크에서 가급적 빨리 손을 빼려 한다. 미군이 점령군으로 비쳐지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라크에 질서를 회복시키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며 이라크 국민들이 새로운 민주적 헌법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려면 적어도 1년 이상 머물러야 한다. 너무 서두르다 체제 안정을 가져오기도 전에 이라크를 떠나면 그동안 들인 공이 허사가 될 뿐 아니라 또 다른 후세인이 무력을 동원에 권력을 잡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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