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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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피해야 할 유혹들

2003-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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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후 이라크재건을 위한 정치적 외교적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몇 가지 위험한 유혹들을 피해가야 할 것이다. 첫째 유혹은 이라크 내부에서 나온다. 부시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아메드 찰라비와 같이 잘 알고 지낸 인물을 밀어주고 싶어할지 모른다.

이해는 되지만 이는 실책이다. 그가 이라크에서 신망을 얻는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도자들보다 편애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될 사람을 미국이 임의로 선정하는 모양새가 되어선 안 된다.
둘째 유혹은 유럽에서 나온다. 전쟁에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국가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해선 곤란하다. 애초 우유부단한 터키 때문에 작전에 차질을 빚었지만 터키는 인근 지역에서 유일한 무슬림 민주국가이다. 이를 벌하면 안 된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접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독일은 터키와 달리 전쟁 중 미군기의 자국 영공통과를 거부하지 않았다. 또 독일은 이스라엘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제공했다. 미국은 유럽을 나누려해서는 안 된다. 독일을 자꾸 몰아붙이면 독일과 프랑스가 똘똘 뭉치게 될 것이다. 보복보다는 설득을 통해 유럽을 다독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셋째 유혹을 떨쳐버리자는 얘기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우리로 하여금 외교적 노력을 시큰둥하게 여기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정 반대다. 미국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한결 정당한 전쟁을 치렀음을 알려야 한다. 유럽은 물론 아랍인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결국 향후 정국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미국의 능력발휘는 이번 전쟁이 국제사회로부터 어떻게 이해되고 기억되는가에 달려 있다. 화학무기의 존재여부에 온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후세인 집권 하에 이라크 국민들이 얼마나 학정에 시달렸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밝히는 것이 과제다.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전쟁 수행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번 외교 캠페인에서도 능력을 발휘한다면 이 캠페인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로버트 케이건/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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