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랍이 민주화 하려면

2003-04-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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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정치적 상황을 내다볼 때면 1996년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쿠웨이트에 살고 있었다. 벤자민 네탄야후가 이스라엘 수상 선거에서 현역의 시몬 페레스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선거일 밤 아랍 국가의 많은 사람들은 공상과학 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이스라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켜보았다. CNN이나 이스라엘 위성 TV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그날 보았다. 바로 자유 민주주의 선거였다. 거기서 집권당이 패배를 했다.

그날 밤 나는 아랍 세계의 정치가 얼마나 깊이 낙후되었는 지를 명백하게 보았다. 내 고향인 아랍 지역은 세계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외부에서 어떤 강력한 충격이 있지 않고는 그 타성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었다.
사담 후세인에 대한 미국의 승리가 그런 충격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변화의 바람, 민주주의의 바람이 중동에 거의 1세기만에 불고 있다. 그런데도 그로 인해 가장 득을 볼 당사자들인 아랍 사람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들은 알고 있어서 두려워 하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1917년-1918년 영국군이 터키를 무찌르고 예루살렘과 다마스커스, 바그다드로 진격해들어온 그때 이후 첫 중요한 외부 충격이 될 수 있다. 당시 그것은 중동에 대단한 충격이었고 모시 필요한 것이었다. 아랍세계에 서구 스타일의 정부가 들어설 조짐과 희망이 보였었다.
그러나 영국이 떠난 후 아랍국가들은 전통적 절대군주 아니면 파시스트 영향을 받은 군사정부로 나뉘어 졌다. 선출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 정부는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능력이 없었다.

1차대전이후 아랍 세계는 많은 전쟁을 거쳤다. 모두 충격이 컸지만 그렇다고 절대 군주나 군사 독재자들을 몰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이라크에서 진행되는 전쟁은 아랍 통치 시스템에 대격변을 몰아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 직면하고 있는 것같은 중대한 패배가 있고나면 역사적으로 패배진영 쪽에서는 심각한 자기 분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랍 국가들에서는 자기분석 대신 현실 부인과 다른 희생양 찾기로 가는 경향이 있으니 문제이다.

세계 2차대전후 독일과 일본의 자기 분석은 민주국가 창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항복과 잠정적 점령을 거친 후에야 이루어진 일이다. 최근 아랍 국가들의 패배가 그런 결과를 이끌어 오지 못한 것은 완전 항복과 정권 교체로 이어지기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말을 하면 중동의 나의 동족중 많은 사람들의 심기가 상하게 하겠지만 지금 이라크에 필요한 것은 2년 정도 미국과 영국의 점령이다. 그리고 나서야 이라크가 인근 국가들에게 모범될 가능성이 열린다.

무하메드 굴룸/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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