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이지드 리딩 (Engaged Reading)
2003-04-07 (월) 12:00:00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공부 잘 하기
“우리 아이는 가끔 책을 읽고 있으면 딴 나라에 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누가 자기 이름을 불러도 잘 못 들어요. 물론 무슨 책이나 다 그렇게 읽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흥미본위의 책은 아니고 거의 명작들입니다. 학교 공부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 그렇게 읽으면 정말 좋겠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 산만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욕심인지는 몰라도 학교 공부를 자기 책 읽는 것처럼 푹 빠지게 할 수는 없을까요?”
-10학년 지수 어머니-
●인게이지드 리딩(Engaged Reading)
지수가 명작에 푹 빠져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은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초컬릿을 입에 넣기 전에 칼로리가 얼마나 되나 하고 레이블(label)을 열심히 읽는 것,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람이 샌프란시스코까지 운전을 해야 할 때 열심히 지도를 들여다보며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것과 같이 개인이 각자가 원해서, 필요에 의해서 하는 리딩이다.
이런 리딩은 누구나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숙제 때문도 아니다. 이런 리딩을 자기만의 개인 리딩(personal reading)이라고 한다. 이 개인 리딩은 감정적으로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읽기 때문에 이것을 인게이지드 리딩이라고도 불린다. 즉 감정적으로 그 책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이 인게이지드 리딩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사실을, 핵심을 찾아내기 위해 읽는 리딩을 의미한다. 위에 든 예문에서 다이어트 하는 사람, 운전을 해야 할 때 열심히 지도를 들여다보며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사람들이 다 여기에 속한다.
그들은 그저 사실만을 원할 뿐이다. 이런 리딩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고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것도 아니다. 각 개인의 필요에 의하여 한다. 이 필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1. 핵심 리딩(Efferent Reading)
핵심 리딩은 문자 그대로 문장의 핵심만 가려내는 것으로 이런 리딩의 가장 큰 목적은 사실(facts)만을 알아내는데 있다.
이것은 물론 자기가 직접 읽어서 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남이 추려서 해줄 수도 있다. 위에 든 예를 다시 든다면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사람이 샌프란시스코까지 운전을 해서 가야 할 때 운전중이라서 지도를 들여다볼 수 없는 경우에는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구해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아마 주입식 교육에서는 가정교사를 두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성적을 가끔은 잘 받을 수도 있지 않나 싶다. 이런 교육의 목적은 그저 핵심만 찾아내어 외우면 되니까! 그러나 남이 해준 핵심을 그냥 외우는 것이 그렇게 쉽게 우리의 피와 살이 될 수 있을까? 외운 것은 자기 자신에게 필요가 없으면 쉽게 잊을 수가 있다. 그러나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것은 그때 당시에는 대학 입시라는 좁은 문 때문에 자신의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리딩인가? 로젠블래트(Louise Rosenblatt, l978 The Transactional theory of literature and reading)가 처음으로 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것 하나만 독단적으로 리딩의 자리는 차지하지 못한다.
2. 경험 리딩(Esthetic Reading)
경험 리딩은 근본적으로 핵심 리딩과 다르다. 이 리딩은 우리의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리딩이다. 핵심 리딩을 음식에 비교해 본다면, 영양사가 그 음식의 칼로리와 영양가 등을 일일이 분석하여 종이에 써놓는 것이라면, 경험 리딩은 영양사의 역할이 아니고 그 음식을 직접 먹어보는 것이다. 읽는 소설의 주인공이 아프면 ‘나’(여기서는 독자를 의미함)도 같이 아프다.
주인공의 첫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면 ‘나’도 함께 운다. 예를 든다면 황순원씨의 소나기에서 윤 초시네 증손녀가 아파 누워있을 때 ‘나’는 아주 안타깝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소년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그 아이가 마침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그 아이가 너무 가여워 눈물이 난다. 약 한 첩도 못해 먹였다는 그 소녀의 부모가 원망스럽고 밉기까지 ‘내’ 감정이 극도에 다다른다.
즉 경험 리딩의 주요 목적은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을 직접경험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험 리딩을 많이 한 사람은 생각의 깊이가 있고, 생각의 폭이 넓다.
이때는 이미 리딩 스킬(reading skills)이 쌓여 자동적으로 적용하여 자기가 적용하여서 그 결과를 즐긴다고는 생각조차도 못한다. 예를 들어 apple에 첫번 /a/는 short /a/이고 able에 나오는 /a/는 long /a/라고 모르는 것이 아니고 이것을 이용하여 즐기고 있는 상태이다.
또 책을 읽어 나가며 이미 주제(topic sentence)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주제의 뜻을 알아 즐기고 있는 상태지 이 주제를 골라내는 상태는 아니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서 리딩에는 여러 가지 읽기의 종류가 있다고 했다. 소설 읽기, 단편소설 읽기, 시 읽기, 신문, 잡지, 논설 등이 있는데 그 각각의 읽기 방법을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바가 있다.
예를 들면 소설에는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요점 등을 분석할 줄 아는 단계가 아니고 아주 익숙하여 자연히 그런 방법으로 읽어낸다.
아무리 이 세상에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살 수 있는 사람도 먹는 것만은 자기가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험 리딩만은 남이 못해 준다. 경험 리딩을 할 때는 음식의 맛을 알고 그 맛이 입맛을 북돋워주며 그렇게 먹은 음식은 우리의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 같이 이런 책을 읽을 때는 생각의 양식이 되어 그 책을 단순히 읽은 것이 아니고 같이 경험을 나누며 함께 울고, 웃고, 사랑하고, 고생도 나누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새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배우 Walter Matthau이다. 그는 The Secret in the Daisy, by Carol Grace를 읽고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 책을 읽기 전에는 비참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왔는데 그 책을 읽고 사람이 달라지고, 행복해졌다. 그 이후 그는 그 책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그 책을 쓴 작가 Carol Grace를 찾아 나서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Sabine and Sabine 1983, p.29)
■결 론
리딩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인게이지드 리딩(Engaged Reading)과 언인게이지드 리딩(Unengaged Reading)이 있다. 이것을 학교 공부하는 것과 연결을 시켜본다면:
1. 학교 공부
a. 언인게이지드 리딩-남을 위해 읽는다.
b. 인게이지드 리딩-자기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읽는다.
2. 개인 리딩(Personal Reading)
a. 인게이지드 리딩도 있다.
b. 핵심 리딩-사실, 지식, 배움이 그의 목적이다
c.경험 리딩-감정의 중심이다. 책과 경험을 같이한다.
서론에 소개한 지수는 보시다시피, 개인 리딩(Personal Reading)에서 인게이지드 리딩을 주로 한다. 이것은 리딩 문제가 아니고 지수는 하기 싫은(?) 공부도 해야 한다는 디스플린(discipline) 문제이다. 즉 읽기 능력의 문제는 아니다.
전정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