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가전은 인내를 요구한다

2003-04-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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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이 바그다드 주변을 점진적으로 장악함에 따라 이제는 시가전에 대한 괴담과 미군의 대비태세 등에 관한 우려가 새삼 제기되고 있다.
대도시에서의 전투는 확실히 전투원들에게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군 내부에 알력을 조장할 소지마저 지니고 있다.

대도시에는 많은 구조물이 있고 지형과 도로들이 산만하게 늘어서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기는 그만이다. 근대 도시들은 지하철, 하수로 등 지하에 설치된 시설은 더욱 복잡하기만 하다.
바그다드는 고대도시지만 근대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가미돼 있다. 현대식으로 넓고 곧게 뻗은 도로가 있는가 하면 고대의 분위기를 내는 구불구불한 길과 말 그대로 ‘옥상옥’이 많다.

도로, 갓길, 공원 등 탁 트인 곳은 전투원들의 진격을 어렵게 한다. 사상자 의 70%가 이런 장소에서 발생한다. 수 비하는 쪽은 요소 요소에 진치를 구축해 기다리고 있고 공격하는 쪽은 움직임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이 거주하는 바그다드의 시가전은 미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의 가치를 상당 부분 퇴색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작전을 잘 세우면 러시아가 그로즈니에서의 첫 전투에서 겪은 것과 같은 고충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의 문화에 걸맞지 않겠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이다. 바그다드에 진격할 때까지는 쾌속질주와 속전속결이 모토였다면 이제는 이를 바꿀 때다. 전략을 수립하거나 집행할 때 모두 새로운 접근법을 적용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우리는 전쟁 초반의 기세에서 속도 조절을 해 바그다드를 고립시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분명 이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할 것이다. 작전수행에 있어서도 바그다드 내의 상황에 대해 소상히 파악해야 한다. 주요 정부 청사나 군 시설 주위에서의 저항이 어느 정도 거셀지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일부 정찰병이 시내로 들어가 적진의 동태를 관찰하고 특히 주민들의 분위기도 잘 감지해야 한다. 지금 바스라에서 영국군이 주민들에게 신뢰감을 심고 있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주민들의 도움으로 주민 속에 숨어 있는 적을 색출해야 한다. 물론 이런 작전은 무고한 주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은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적진 파악이 생각처럼 간단치는 않다. LA만큼 큰 도시이고 이라크의 수도이며 500만명이 얼키설키 살고 있는 곳이니 당연하다. 그러므로 이라크 주민과 특수요원뿐 아니라 전자정보, 무인차량, 위성촬영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어찌됐든 이러한 정보 없이 후세인의 요새를 제거할 요량으로 무작정 바그다드로 진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영국군은 바스라에서 후세인의 페다인 병사들을 집어내기 위해 주민들에게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군은 영국군과 동일한 작전을 써 정보를 수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이라크 집권세력을 성공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서둘러선 안 된다. 우리 병사들이 후세인의 테러정권을 종식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랜디 갱글/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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