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산 벗어난 ‘파라다이스’업계 신선한 충격

2003-02-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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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헌신·신뢰’가 회사살렸다
임금 20%이상 깎였지만 오히려 40만달러 모아 투자

뼈깎는 구조조정 특성화도 한 몫

천연개스가 상승, 의류업계의 불경기로 인한 물량부족, 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 상실이 겹치면서 최근 2년새 줄파산 사태를 맞았던 한인 염색업계에서 ‘파라다이스 텍스타일’(대표 김영석)이 1년4개월만에 파산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챕터11 파산 후 95%이상이 완전파산을 의미하는 챕터7을 선고받고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 통례인 현실에서 이 회사의 회생은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27일 치노의 공장에서 만난 ‘파라다이스’ 김영석 사장은 ▲직원들의 헌신과 재기확신▲철저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특성화된 전문기업으로의 변신▲벤더와 고객의 신뢰 등을 재기의 요인으로 꼽았다.

김 사장은 “재기를 확신하고 어려움을 견디며 헌신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감격에 겨워했고, 27일 파산탈출 소식을 전해듣은 직원들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새 200명을 헤아리던 직원은 반으로 줄고, 임금도 20%이상 깎였지만 공장 곳곳에 재기를 다지는 벽보를 써붙이고 인고의 세월을 보냈던 그들은 한 번도 회사의 재기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직원 스스로 돈을 거둬 파산상태였던 회사에 40여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디메트리오 카스트로 매니저는 “우리는 한 가족이다. 임금이 줄었고 한 달이상 받지 못해 생계가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회생할 것을 확신했다”며 기뻐했다.

직원 펄리 마나옥은 “파산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를 위해 기도했다. 결국 우리는 해냈다”며 활짝 웃었다.

직원들의 애사심은 경영진을 감동시켰다. 지난 8월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한 직원이 소방관이 출동하기 전 온 몸을 던져 불을 꺼 실신상태까지 이르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수백만 달러의 기계를 화재에서 건질 수 있었다.


물론 철저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이를 악물고 실행했다. 이 과정에서 10만 스퀘어피트였던 공장은 8만 스퀘어피트로 줄고, 생산라인의 3분의1을 줄여 회사를 스판원단 전문 염색업체로 탈바꿈 시켰다.

임원들은 자발적으로 봉급의 30%이상을 회사에 내놓아 회생을 도왔다. 비용절감을 위한 치열함은 지난 1월 샌버나디노 폐수처리공사와의 소송에서도 나타났다. 카운티정부에 맞서 폐수처리 비용이 23만달러 과다청구됐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이를 되돌려 받았다.

파산중에도 원자재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던 벤더들, 믿고 일감을 맡겨준 고객인 원단업체들도 파산탈출을 도운 주인공들이이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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