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심 없는 아랍 민주화

2003-02-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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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민주화 문제는 누구도 진정으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우선 유럽을 보자. 유럽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방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대상은 아랍권에서 단 한 집단뿐이다. 이스라엘 점령 하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 팔레스타인인들이다. 사담 후세인이나 다른 독재자들의 폭정 하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그 무리들에게 전혀 알 바가 아니다.

문제는 유대인이다. 대부분 유럽인들에게 아랍인들은 그 자체로 별로 관심의 대상이 못된다. 유대인에 대항해 싸울 때 비로소 관심이 쏠리고 그들의 해방문제가 부각된다. 그래서 유럽에는 팔레스타인 해방 시위는 있지만 이라크나 다른 아랍국민들을 위한 해방 시위는 없다.

프랑스는 중동 지역의 자유와 평등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힘을 견제할 대체 연합의 리더가 되는 것이 프랑스의 진정한 속셈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아랍의 민주화에 관심이 있는가. 미국 역시 이제까지 아랍 민주화에 전혀 관심을 보여오지 않았다. 미국은 아랍 국가들을 마치 거대한 주유소 같이 취급해 왔다. 산유국들이 파이프를 열어놓고 유가를 낮게 유지하기만 하면 자국민들을 어떻게 다루든지 상관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9.11 참사가 터지고 나서 미국은 아랍 세계에서 민주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야세르 아라파트를 제거하고 미국이 싫어하는 정권, 말하자면 사담 후세인을 벌주는 정도가 그 목적일 뿐 아랍권 전체의 민주화에는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랍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것이 몰고 올 혼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따라서 아랍권이 민주화하려면 모두의 의식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토마스 프리드만/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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