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북한 핵 위기를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중국이 내심 주한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일반의 통념은 잘못돼 있다.

대다수는 중국이 미국과 같이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쪽으로 볼 때는 실망스럽게도 중국은 문제 해결 당사자에서 빠졌다. 핵 위기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처리할 문제라는 것이 중국 측 입장이다. 중국은 유엔이 여기 개입하는 것조차 적극 반대하고 있다. 왜 일까.

중국의 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다자간 협상이 될 때 문제의 초점은 북한의 핵확산 금지 조약 탈퇴가 되며 북한의 무장 해제를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다. 유엔의 개입은 미국이 혼자 협상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주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간 협상이 벌어지면 초점은 핵 포기 대가로 북한은 무엇을 원하는가에 맞춰지게 된다.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은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존재로 비춰질 것이다. 한국이 군사 행동에 강력히 반발하는 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불가침 조약과 미군 철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입장에 몰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은 미군 철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미군 철수는 대만과의 통일과 지역 주도 세력으로의 부상을 노리는 중국의 첫 번째 수순이다. 미군이 철수한 후 중국은 친 중국적인 두 개의 한국을 이웃에 두게 될 것이다. 냉전 이후의 한국은 적대국이 아니라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다. 통일이 되더라도 친 중국적 성격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응해 핵무장을 할 경우 주일 미군의 존재 이유도 희박해질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이 사라질 경우 극동 아시아의 정치 질서는 새 시대를 맞게 된다.


중국은 이 지역의 종주국이라는 역사적 위치를 되찾을 것이며 대만도 결국 흡수 통일될 것이다.
핵 위기는 미국을 한반도에서 내몰 호기다.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 핵무기를 포기하게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북한이 무너지면 난민이 몰려들기 때문에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구실에 불과하다. 중국은 작년 12월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화학 성분을 북한에 팔았다.
중국은 북한이 대미 협상 시 강한 카드를 갖기를 원한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비 협조와 미 북한간 대화 촉구는 이해가 될 뿐 아니라 중국 쪽 입장에서 볼 때 훌륭한 전략이다.

채혜숙 (오하이오 볼드윈 월러스 칼리지 교수)/ LA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