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과 미국의 시각차

2003-02-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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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국인들은 유럽과의 관계 악화의 주범으로 프랑스를 꼽는다. 프랑스 물건을 보이콧 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의 대규모 반전 시위는 유럽 전체가 부시 행정부를 불신하고 이라크 전쟁의 필요성에 회의를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 국민들도 반전 시위에는 더 열심이었다.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인 영국에서조차 최근 여론 조사 결과는 미국이 북한과 이라크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사이가 왜 벌어지고 있느냐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언론 탓인 것 같다. 외국 언론과 비교하면 ‘리버럴’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미국 언론들도 보수적이다.

지난 주말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반전 시위를 보도하면서 팍스 TV는 “늘 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CNN 은 그렇게 까지는 아니지만 “반전 시위는 사담을 즐겁게 한다”는 제목을 뽑고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이라크에서 벌어진 반전 데모 사진을 내보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 미디어들은 전쟁을 기정 사실화 하고 국민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은 9·11 테러를 저지른 자 중에는 이라크인도 있다고 믿고 있으며 심지어는 사담이 직접 개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라크와의 전쟁은 필요하며 이를 거부하는 유럽인들은 비겁하다고 믿고 있다. 반면 유럽인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것은 일방주의적 부시 행정부에 맞서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유럽 언론은 반미주의적인 편견이 심하다. 반면 미국 언론은 부시의 외교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비애국적이란 분위기에 싸여 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 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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