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문제 상담실

2003-02-08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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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차이로 이혼결심… 자신의 우울증 치료부터

<문> 감수성이 예민한 제가 명문대 출신으로 엘리트 의식에 고집이 세고 보수적이며 자기만 아는 남편과 더 이상 살아야할까요? 저는 편모슬하에서 어려서부터 외롭게 결혼에 대한 이상을 꿈꾸며 자라다가 대학 때 만난 현재의 남편과 결혼한지 10년이 되지만, 성격차이로 이혼을 생각중입니다. 서로 사랑한다면 각자가 살아왔던 문화적 차이와 가정적인 차이까지 함께 이해하고 맞춰야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계속 그 사람 쪽으로 맞추기만 했죠. 근데 이젠 그럴 힘이 없어요.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무너졌고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으며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답니다. 제발,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맞추며 살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그런 말이 절 더 우울하게 만듭니다.
<답> 결혼생활에서 겪고 있는 고통, 즉 고집세고 자신만 아는 듯한 남편의 성격에 이젠 지쳐 웬만하면 참고 살아가려던 귀하가 더 이상의 결혼생활의 희망을 잃어버리게 된 상태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지면상으로는 문제가 단지 감정도 없는 고집불통에다가 제 잘난 맛에만 사는, 성격적으로 경직된 남편을 만나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귀하가 충분히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필요나 고통을 그때그때 알리지 않고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길 기대하다가 실망감과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누적되어 발생된 것인지는 알기가 힘이 듭니다.
임상의 경험을 보면 취미나 분야가 다른 성격이라고 꼭 결혼의 문제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정서적으로 건강하다면 각자 가진 장점을 배울 점으로 받아들여 상대방의 다른 점을 감사하고 존중하게 되겠지만, 자긍심이 낮고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다면 상대방의 부족하고 다른 점에 대해 비판만을 일삼고 무시하려 하게 되겠지요.
귀하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혼 등의 극단적인 결정으로 치닫기 전에 전문가와 함께 남편의 성격적인 경직성의 정도를 가늠해 보는 일과 아울러 본인에게도 내적으로 이러한 지나친 예민함과 감수성의 이면에 그냥 지나치면 안 될 문제의 원인적인 배경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현재 겪고 있는 우울증의 원인을 결혼 전부터 가지고 왔으며, 귀하의 착하고 수동적인 성격과 우울증일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혼을 하게 되든 아니든 앞으로 귀하는 무엇보다 먼저 우울증의 이면에 있을 수 있는 성격적, 정서적인 상처의 치료를 통해 보다 강한 자아를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본인이 치료를 통해 먼저 건강해지지 않으면 현재의 남편과 헤어진다해도 건강하지 않은 상대와 건강하지 않은 삶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임상적인 자료가 많답니다. 잘 훈련된 심리치료 전문가와 함께 정서인 공감과 지지의 경험을 통해 정서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의 균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현명한 삶의 결정을 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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