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교육 이야기 쉽게 목숨걸지 말자

2003-02-0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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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된 B군의 부모님이 오셨다. 에어컨도 없는 비좁은 상담실에 들어가 앉자마자 문열어놓을 틈도 없이 어머니는 눈물을 쉴새없이 닦아내며 아들에 관해 말씀하시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들이 무엇을 하는지… 집에 들어오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고 이상한 짓만 하고 다닌다고 하니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것이다.

미국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왔는데… 열심히 뒷바라지하려 했는데… 서럽게 흐느끼는 부모는 자식이 계속 저러면 식구가 다 죽어버리자고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때 마침 선교회 건물 전체를 온통 거세게 흔들기 시작하는 지진이 났다. 그러자 B군의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혼비백산하여 벌떡 일어나 내 뒤로 쭈구리고 숨는 것이었다.


지진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씀을 남기고 두사람은 황급히 선교회 문을 나섰다.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도,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목숨을 담보한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경시여길 수 있는 꺼리를 남긴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죽고싶다” “내가 너 때문에 못살겠다” 등등의 말을 수없이 듣고 자라난다. 이렇게 자라난 자녀들의 머리 속에는 죽음이 아주 쉽고 가볍게 여겨지고 실제로 경악할만한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가 나서 죽이고, 괴로워서 죽고, 미워서 죽이고, 힘들어서 죽고, 내 뜻대로 안되서 죽어버리고… 숱한 이유와 원인을 달고 자살하고, 남을 쉽게 죽이는 이와 같은 끔찍한 일들이 우리의 삶을 너무너무 슬프게 한다.
정말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의 삶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조심하여야만 한다.

“말이 씨가 된다”란 옛 이야기가 있듯이 가볍게 내뱉는 우리들의 말 한마디가 요즈음 우리 자녀들에게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심겨지고 이 심겨진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 볼 필요가 있다.

한영호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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