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과 우호관계가 최상일 때도 다루기 쉽지 않는 나라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 반미 분위기에 편승해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일랑 묻어두자. 노 당선자는 우려할 만한 인물이 아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처음으로 외신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일부러 부드러운 표현과 태도를 견지했다. 노 당선자는 주한 미군이 치하하고 부시 대통령을 ‘멋진 사람’(cool)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무언가 삐딱한 것을 찾아내려는 나의 기자 본능은 이 같은 유화 제스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노 당선자에게 “cool 이란 표현이 소원한 관계라는 뜻 아니냐”고 물었다. 노 당선자는 이에 대해 3번 반복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멋지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며, 친근하고 매력적이라는 의미에서 “cool하다”고 했다고 답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노 당선자의 입장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길을 제시할 대북 직접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당선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기꺼이 주도권을 쥐려 한다.
노 당선자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길 열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김정일이 서울을 방문해 주길 바라면서도 이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도 않았다.
노 당선자와의 인터뷰 내내 우리 두 사람의 발아래 평화의 올리브 가지가 수북히 쌓이는 기분이었다. 노 당선자는 김정일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정중히 칭했으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노 당선자는 “사람들의 태도는 상대의 태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고 했다. 마치 우리가 김정일에게 쿠키와 김치를 제공하면 유순해질 것처럼 말이다. 노 당선자는 이어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김정일은 무척 진지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상대를 불신으로 대하면 그는 그보다 더한 불신과 의혹으로 우리를 대할 것이다. 이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뿐이다”고 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이 대화정책을 쓴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은 매우 순진한 것이다. 김정일을 믿고 신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하지만 노 당선자도 김정일이 신뢰할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외교적 발언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풍겼다.
노 당선자는 김정일을 달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군가 결국 김정일과 대화를 해야만 하니 말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적으로 개입하려 들지 않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니 노 당선자가 김정일을 남북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려는 외교적 노력을 펼 지 모른다.
문제는 노 당선자가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인의 대미관은 매우 복합적이다. 단순히 ‘반미’보다는 미국으로부터 합당한 존중을 받으려는 민족적 열망이랄 수 있다. 일부 한인은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반면 다른 한인들은 영어발음을 좋게 해주기 위한다며 근거도 없는 혀 절단 수술을 아이들에게 시켜주는 형국이다. 때로는 적대감이 미군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희대 과격학생들이 미군을 납치한 것이 수치스런 실례다.
한미 군사관계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 않다. 나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들이 보호받기 바라는 정도 보다 더 한국인들을 보호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한국인들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당신들이 우리를 원치 않으면 우리는 철군한다. 왜 우리가 3만7,000명을 주둔시키면서 연간 30억달러를 써야 하는가. 지하도 같은 곳에서 배은망덕한 한국인들에게서 수모를 당하면서 말이다.”
노 당선자는 미군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는 컨센서스를 도출해 내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는 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그의 역할을 결정적이다. 몇주 전 노 당선자는 반미 촛불시위를 주도한 사람들과 만나 그들에게 시위를 중지할 것을 지시했다. 이들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노 당선자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러니 우리는 노 당선자에 대해 너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다른 일들을 고민해야 한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