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가침 선언’ 외 대안 없다

2003-01-08 (수)
크게 작게
몇 년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나는 가능한 많은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집집마다 확성기가 있었다. 라디오 같은 확성기에서는 김정일을 찬양하는 구호가 흘러 나왔다. 주민들은 이 소리를 들으며 기상하고 취침한다. 주파수 선택권은 물론 없다. 여기서는 미국이 전쟁미치광이로, 김정일이 하늘에 내린 위대한 인물로 묘사된다.

확성기는 북한이 지구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나라임을 입증한다. 북한 주민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한결 같이 김정일을 칭송한다. 로봇이 말하듯 섬뜩할 정도로 똑같다. 그러므로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1990년대 2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었는데도 북한 정권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나라에 경제압력을 행사해 우라늄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한들 효과가 있겠는가.

북한과 이라크를 직접 방문한 나로서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 대해 우격다짐한 것이 결국 유엔 사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부시는 이라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북한 문제를 미루려는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이 압력을 해사해 주길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정권이 붕괴해 난민이 자국으로 밀려드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과장돼 왔다. 북한은 중국 관리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국경에서는 양국 군인간 총격사건도 발생했다. 미국이 서두르지 않으면 북한은 5월게 5-8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지 모른다. 그리고 5년 내 100개의 핵무기를 생산하고 달리 경제를 일으킬 수단이 없는 터라 이 핵무기를 판매할 것이다. 국방부는 늦봄께 영변을 공격할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있다. 부시가 반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이 할 수 잇는 유일한 정책은 협상뿐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재로 국제회의를 마련한 뒤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서방의 국교정상화, 경제지원, 불가침 선언 등을 해야 한다. 맘에는 들지 않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판매하고 제 2의 한국전이 발생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