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원칙 없는 대북 정책

2003-0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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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에 미 행정부는 게임이론 전문가들을 등용했다. 이 이론은 억제력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억제력은 나쁜 행동을 벌하고 좋은 행동을 보상해 주는 것이다. 이는 매우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북한 정책은 이 같은 게임이론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 나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만일 당신이 김정일이라고 치자. 부시 행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당신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였고 당신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당신이 이라크의 후세인보다 핵에 한발 더 가까이 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마구 쫓지는 않고 있다. 부시는 아마도 이라크의 원유가 탐나서 그리하는 지도 모른다. ‘악의 축’ 3개 국가 중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약한 이라크인데도 부득불 공격하려드니 말이다.
그러니 당신은 부시 행정부가 ‘악한 나라들’을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정작 실제로는 군사행동에 있어서 우물쭈물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여름 핵 개발이 드러나면서 위기가 고조됐지만 미국은 중유 공급 중단이라는 가벼운 대응으로 나왔다. 한편으로는 핵 개발 흔적도 찾지 못한 이라크에 대해서는 침공준비를 완료하면서 말이다.
경제제재를 가한다 해도 북한은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세계화돼 있지 않고 중국과의 교류가 고작인 북한은 중국이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걱정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일관된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니 북한은 생존전략으로써 자신을 ‘위험한 존재’로 부각시키는 방법을 쓸 것이다. 미국이 지금 사용하는 게임은 과연 무엇인가.
폴 크루그먼/뉴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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