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와 빨리 만나야
2002-12-21 (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라이벌이었던 이회창 후보보다 미국에 덜 우호적이고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해온 햇볕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대선 유세기간에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대하기 어려운 지도자를 맞게 됐다. 노 당선자는 미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을 자랑삼아 얘기할 정도이며 미국에 굽실거리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노 당선자는 인권변호사로 주목받았으며 미국이 20년간 독재정권을 비호한 것을 비난했다. 노 당선자는 젊은이들에게서 강한 호감을 받고 있다. 한국은 300만명이 희생된 한국전을 치렀지만 이들 젊은 층은 이를 체험하지 못했고 평화롭고 부유해진 한국에서 자랐다.
노 당선자는 북한이 지난 10월 그동안 핵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해 왔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재정지원과 투자를 지속하고 문화 교류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핵 개발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이 같은 한미의 시각 차를 이용하도록 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가 없는 이라크에 몰두해 있지만 정작 북한이 핵무장을 이미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연대해 대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은 석유지원과 불가침 선언 등으로 북한과 타협을 봄으로써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국제 사찰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은 주한 미군의 법적 지위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한국 여중생 압사사건이 반미 시위를 촉발시킨 점을 주시해야 한다.
미군을 서울에서 다른 도시로 옮기면 긴장이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주한 미군을 감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노 당선자가 한미 관계를 위험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 당선자와 한국민들은 미국으로부터 존중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므로 노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그와 그의 보좌관들과 고위급 회담을 갖는 게 중요 하다.
한반도는 너무도 위험한 지역이므로 미국의 조속한 대처가 요구된다.
LA타임스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