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탄절의 소송봇물

2002-1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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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성탄 장식과 반짝이 전등이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소송의 계절이기도 하다.
공공 장소에 십자가등 종교적 상징물을 전시하는 것을 문제삼는 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연례 전투에 돌입했다.
관계 당국의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이들 주장을 무시하고 십자가등 상징물을 그대로 보존하지만 미국시민자유연맹등과 업치락 뒤치락 싸움을 벌이다가 일부 연방 판사들이 철거 명령을 내리면서 사안에 종지부가 찍힌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케이스중의 하나는 앨라배머 주대법원 앞에 놓인 5,300 파운드의 십계명 기념비이다. 앨라배마의 로이 무어 주대법원장은 이 기념비가 모든 시민들에게 신의 주권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옹호했다. 그러나 연방법정은 무어대법원장의 견해가 신권 정치에 너무 가깝다며 이의 제거를 명령했다. 무어는 종교단체의 재정적 지원하에 항소 중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같은 국가와 종교간 갈등을 둘러싸고 뭔가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시들이 어떻게 하면 종교적 상징물을 공유지에 허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공유지를 종교단체나 민간단체에 팔아버리거나 그냥 주어버리는 것이다. 조그마한 공간을 떼어 특정 교회의 소유지로 만들면 법원 건물 한가운데라도 종교적 상징물을 영구히 보존할 수가 있다는 이론이다.
솔트레이크 시티의 메인 스트릿 광장을 예로 들어보자. 이 광장은 말일성도교회 건물과 연결되는 시정부 소유지였는데 이곳을 지나는 대중들이 몰몬 교리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하는 데 대해 교회측은 매우 못마땅해 하던 터였다.
지난 1999년 시정부는 그 부지를 교회측에 팔기로 합의했고 이후 교회측은 그 곳에서의 흡연, 음악 연주, 일광욕등 ‘부적절한 언행이나 옷차림’을 모두 금지했다. 한 침례교인이 그곳에서 유인물을 돌리다가 경찰에 체포되었고 연방법정은 그곳에서 공공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교회측은 항소 중이다.
또 다른 예로 샌디에고 시는 라호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43피트 십자가를 보존하기 위해 솔대드 공원의 일부분을 양도할 생각이었다. ACLU로부터 소송을 받은 후 십자가가 서있는 부지를 넘기기 위해 수속을 밟았다. 그러나 제9연방순회 항소법정은 시의 토지 양도가 십자가를 보존하려는 단체들을 위한 눈가림이라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공유지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은 교회와 국가간 긴장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십계명은 오늘날 법이 만들어진 주춧돌중의 하나로 볼 수가 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십계명을 가장 잘 표현해낸 것은 미국의 헌법 시스템이다. 법원 앞의 특정 전시물이 아니라 법원 자체가 바로 모세의 율법이 담고 있는 정의와 관용을 추구하겠다는 가장 위대한 서약인 것이다.

조나단 털리/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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