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핵무장 막을 수 있다

2002-12-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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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미 분위기와 함께 북한의 핵 개발이 요즘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언론의 시각을 간추려 소개한다.

미사일을 적재하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 나포와 관련한 해프닝에 이어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의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평양은 소형 핵 시설 재 가동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지난 94년 체결된 제네바 협정에 의해 동결된 핵 프로그램 동결 약속을 폐기할 태세다. 북한은 핵 시설 재 가동 의사를 밝힘으로써 북한은 미국에 명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지난 10월 북한이 은밀히 핵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음을 시인한 게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야기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대단위 플루토늄 생산 시설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만일 제네바 협정에 규정된 핵 시설이 재 가동된다면 이는 북한이 대량으로 무기를 제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핵 시설 재 가동은 바로 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첫 단계일 지 모른다.
북한의 재 가동 발표는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지만 미묘한 계산이 까려 있는 전술이다.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 중단에 대한 자구책이란 점에서 나름대로 정당화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제네바협정 타결의 일환으로 미국은 북한이 핵 시설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중유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북한이 일련의 행동이 즉각적인 분쟁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핵 시설 재 가동의 중요성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이 연료봉에 축적되고 이 연료봉이 실제 재처리되는데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만일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의 봉인을 제거하고 이미 플루토늄이 축적된 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 진다.
이 경우 미국과 우방국들은 이들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과 핵무기 제조 묵인이라는 양자 택일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런 상황은 핵 확산금지 체제를 손상시키고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것이다.
북한은 이라크 문제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미국이 어쩌지 못할 것이란 계산에서 상황을 십분 활용하려는 듯하다. 이런 분규를 야기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은 나쁜 상황을 잘 활용해 왔다. 지난 94년 핵 위기 때도 그랬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위협적인 발언을 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희망한다고 한다.
우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번 문제를 풀지 않으면 북한은 핵 무장할 것이다.
북한은 최근 핵 무장한 인도와 파키스탄을 닮으려 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위기를 마지막 기회로 여길 수 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부시행정부는 심각한 분쟁 가능성을 맞고 있다. 지난 10월 핵 개발 사실 발표이후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판단에 의거해 비효율적인 정책을 펴왔다. 부분적으로 행정부 내 북한을 우습게 아는 태도 때문에 또 다른 부분으로는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정부 때문에 문제가 꼬였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이번 위기가 몇 년을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개월은 질질 끌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 것도 잘못이었다. 상황은 미국이 주도할 수 없는 길로 치달을 수 있다. 북한이 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은 화살통의 모든 화살을 사용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주한미군 강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에 대해 강력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외교적 수단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만일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미국으로선 국제사회의 지지를 보다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미구에 유리한 쪽으로 사태가 진행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참담한 결과를 나을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고 급기야 미국과 우방을 전쟁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엘 위트/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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