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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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사찰대상이라면

2002-12-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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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사찰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어째 어린애들 같다. 운동장에서 다른 학생들을 겁나게 하는 학생처럼 우리는 물리적으로 공격을 가하려 든다. 전쟁에 광분한 사람 외에는 유엔의 사찰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지금껏 어떤 독재자가 자신의 침실까지도 외부에 공개하면서 대량살상 무기가 없음을 증명하려 했나. 그리고 미국의 첩보위성과 다른 정보 수단도 이라크의 주장을 뒤엎을 만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만일 미국이 사찰을 받게 되면 어떨까. 유엔사찰단이 미국에서 조사를 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대량살상 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부품과 재료를 미국 회사들이 제공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엔사찰단이 미국의 과학자들을 인터뷰하면 지난 수년간 매년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컴퓨터와 여타 장비들이 도난 당한 점 등 고급 정보에 대해 실마리가 풀리게 되고 조사가 진척될 것이다.

그리고 테러조직 등에 대한 정보가 가득 들어 있는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가 복제돼 이라크의 수중에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고 가정하자. 미국은 전격적인 공습을 감행할 것이고 이라크의 남녀 어린이들이 수천 명이나 죽어나갈 것이다.


9.11테러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는 국제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부시 대통령은 아마도 가증할 대량살상 무기가 우리가 악의 세력이라고 부르는 외부세계보다는 바로 우리 자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모를 게다.

하지만 부시도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대다수 미국민 중 하나라면 굳이 부시만 탓할 일도 아니다. 이 같은 주장은 국수주의적 떠벌이들에겐 흥미 없는 얘기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후세인뿐 아니라 미국까지 두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로버트 시어/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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