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식당 ‘맨해턴 완탕 컴퍼니’

2003-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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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 만두‘딤섬부페’온듯


중국식당이라면 앞에 뭔가 그럴싸한 중국 이름이 와야 하는 것 아닐까. 허구 많은 중국 이름 다 놔두고 맨해턴을 내세운 중국 식당, ‘맨해턴 완탕 컴퍼니’(Manhattan Wonton Company)의 주인은 전 뉴요커인 폴 헬러(Paul Heller).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음식을 먹고 자란 그는 LA로 이주해 파라마운트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면서도 뻔질나게 차이나타운을 드나들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뉴욕의 중국 식당에서 먹었던 맛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니 마치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중국 음식 생각하며 오리지널 중국집 가서 짜장면 찾는 형국이 아닐까 싶다. 평생을 중국 음식 먹고 자란 탓에 나름대로 중국 음식에 대한 심미안이 떴던 그는 파라마운트사를 떠나면서 뉴욕식 중국 음식점을 오픈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맨해튼 완탕 컴퍼니의 실내에서 뉴욕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홍등’에 등장하는 돈 많은 중국 부호의 집처럼 짙은 나무와 빨강, 금색으로 단장된 실내는 중후하고 무게가 있다.
머리를 틀어 올려 꽃으로 장식하고 청삼을 곱게 입은 부호의 첩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형님, 아우 부르며 사이 좋게 식사를 나누던 장면이 떠올라 잠시 미소가 감돈다.

서극 감독의 철마전, 홍금보와 이연걸이 출연했던 화비홍 등 중국 영화의 포스터들이 벽에 걸려있는 부다 룸을 지나면 배가 볼록 튀어나온 달마대사의 조각으로 꾸며진 와인 셀러가 이어진다. 6,000 평방피트의 넓은 공간이지만 병풍과 그림, 벽으로 나뉘어져 휑한 느낌이 없다.
가장 뉴욕과 어울리는 음료인 마티니는 베이징 블루스, 그린 드래건, 존 우 등 재미있는 이름과 함께 독특한 맛을 선사하며 샹하이 선셋, 차이나 비치 등 칵테일도 몸과 마음을 데우며 입맛을 돋워 준다.


음식을 주문하지 않아도 한 사발 가져다주는 완탕 반죽 튀김은 이것으로 배 채우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고소해서 손이 계속 간다. 거위가 발도 담그지 않았지만 거위 소스(Duck Sauce)라고 이름 붙여진 소스에 찍어 먹으니 다른 전채가 필요 없을 정도.

다섯 가지 향료로 맛을 낸 새우(5 Spice Shrimp)는 다양하게 변신한 새우를 골고루 맛볼 수 있고 새우 살을 다져 식빵에 발라 튀겨낸 전채(Shrimp Toast)는 맛이 아주 고소하다. 튀김 만두, 찐만두 등 다양한 조리법을 이용한 만두(Wontons & Dumplings)가 14가지나 돼 딤섬 부페에 온 것 못지 않다.

칠레 산 바다농어(Chilean Sea Bass)는 중국 요리의 소재는 아니지만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당에서 락카드나 메기 요리하듯 잘게 썬 야채와 간장으로 조리해 놓으니 색다르다. 캐슈 너트와 탠저린 소스로 요리한 조갯살(Bay Scallops with Cashews & Spicy Tangerine Sauce)도 매콤 새콤한 것이 맛깔스럽다. 가재(Lobster)는 검정콩 소스, 마늘 고추 소스, 생강 파 소스 등 세 가지 다른 소스로 주문할 수 있는데 어느 것을 추천해야 할까 고민스럽다. 오렌지 향이 가득한 닭고기(Orange Glazed Chicken), 베이즐과 검정콩 소스로 요리한 닭고기(Chicken with Basil and Black Bean Sauce), 북경 오리(Peking Duck)는 차이나타운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

페퍼콘 소스로 요리한 필레 미뇽(Filet Mignon with Black Peppercorn Sauce)은 중국식 색채가 더해진 퓨전 요리. 이름이 멋스러우니 맛도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해물과 닭고기, 쇠고기, 야채 요리까지 종류대로 하나씩 시킨 후에 쫄깃한 면발의 로메인(Lo Mein) 국수와 볶음밥(Fried Rice)까지 주문해 둥근 테이블에서 나눠 먹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주말에는 뉴욕에서 살다 온 이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다고 하니 예약을 미리 해두는 편이 좋을 듯.

Tips
▲종류: 중국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월-금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디너 월-토요일은 오후 6-11시. 일요일은 오후 5시30분-10시. ▲가격: 전채는 3-8달러. 샐러드와 밥, 국수, 야채 요리는 7-11달러. 메인 디쉬는 13-26달러. ▲주차: 발레 파킹 3.50달러 ▲주소: 151 S. Doheny Dr. Beverly Hills, CA 90212 한인타운에서 Wilshire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Doheny Dr.를 만나 좌회전하면 오른쪽 미국작가협회 건물(Writers’ Guild of America) 바로 옆에 있다. ▲예약 전화: (310) 888-2804.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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