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식과 포도주의 궁합은…

2003-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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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진하고 풍만한 흰살 생선
시고 상쾌한 가벼운 백포도주를



와인과 음식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다. 와인과 음식의 결합은 여러 면에서 사람과 사람의 어울림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잘 어울릴 때는 그야말로 성공적인 인간관계처럼 상대로부터 서로의 최고를 끄집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자면 너무 성격이 비슷해서 항상 토닥토닥 다투는 두 사람이나, 또 가끔 거의 원수지간처럼 사이가 나쁜 두 사람의 경우 사실은 서로의 성격이 너무 비슷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맛이 진하고 풍만한 흰살 생선을, 맛이 진하고 풍만한 백포도주와 함께 먹는다면 서로가 서로에게서 다른 맛을 끄집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둘 다 맛이 덜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오히려 상쾌하고 신맛이 많이 나는 가벼운 백포도주와 함께 먹는다면, 시고 상쾌한 와인을 마신 후 부드럽고 풍만한 맛의 생선을 곧 먹고싶어질 것이며, 진한 맛의 생선을 입에 넣는 순간 곧 새콤하고 상쾌한 와인을 원하게 될테니 매우 이상적인 매치가 될 것이다.

또한 자라온 환경과 성격 등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어울리기 어렵듯이, 양념이 거의 안 된 심플한 흰살 생선 요리와 과일맛, 타닌, 매콤한 맛 등이 풍부하게 어우러진 진한 맛의 적포도주를 함께 먹고 마신다면 와인 맛에 가려서 음식의 맛은 하나도 알 수 없게 된다.

현재 우리 주변에는 어떤 와인이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가에 대해 많은 잡지와 책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매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잘 어울리는 음식과 와인은 상당히 많은 경우 개인의 기호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내가 즐길 수 있는 매치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때 그 때 마실 수 있는 와인의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은 일반인에게는 잡지나 책에서 보는 것처럼 완벽한 매치를 위해 수십가지 와인 중 하나를 고르기 보다는 집에 있는 와인 중 제일 잘 맞음직한 것을 골라서 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틀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굳이 이런 음식은 이런 와인과 함께 해야 한다는 틀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녀의 만남을 주선할 때 고려해야하는 사항들이 있듯이, 일반적으로 고려하면 좋을 사항들을 몇가지 소개한다.

■ 음식과 고려할 사항들

개성 강하지 않은 와인 여러 곳에 잘어울려
고장 음식과 그곳서 생산되는 것 가장 좋아


▲좋은 음식엔 좋은 와인을, 편한 음식엔 편한 와인을 매치하는 것이 좋다.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수십달러짜리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너무 비슷하면 서로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즐길 수 없고, 너무 다르면 한 쪽에 치우쳐 다른 한 쪽의 맛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적당히 비슷할 경우 하늘서 맺어준 인연처럼 잘 어울릴 수 있고 (예: 샤도네와 바다가재), 적당히 다를 경우 다른 한 쪽이 갖고 있지 않은 맛을 제공하여 먹는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예: 샴페인과 바다가재).

▲캘리포니아산 샤도네의 경우 너무나 진한 오크나무 향과 높은 알콜도수, 그리고 강한 버터향 등으로 인해 잘 어울리는 음식을 찾기 힘들다. 개성이 너무 강하지 않은 와인은 오히려 여러 음식과 잘 어울리니 드라이한 리즐링이나 이탈리아산 키안티같은 와인들을 집에 항상 구비해두면 좋을 듯 싶다.

▲그 고장 특유의 음식을 먹을 때는 그 고장의 와인을 함께 매치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바비큐와 그릴 음식을 즐기는 캘리포니아에서 좀 더 달고, 맛이 강하고, 매콤한 향의 와인이 많이 나듯이, 그 고장 특유의 음식과 그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오래전부터 잘 어울려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도 자꾸 여러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가듯이, 와인과 음식도 좀 더 과감하게 다양한 종류를 시험해 봄으로써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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