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애널리스트 보고서 싸고 J.P.모건 - 넥스텔 갈등

2002-11-23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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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이씨 부정적 평가 내놓자
“사전 내용유출·투자자 오도” 반발

한 한인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둘러싸고 미 대형 기업과 투자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통신 전문 애널리스트인 한인 2세 토마스 J. 이(33)씨는 최근 미 5위의 무선통신업체 넥스텔 관련 보고서에서 넥스텔 고객 상당수가 넥스텔을 떠나고 있다며, 불량부채 비용 처리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 넥스텔로부터 거센 반격을 받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22일자 머니 섹션 톱기사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씨의 보고서가 발표된 후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넥스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J.P.모건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씨가 잘못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문제삼겠다고 밝혔다는 것.
넥스텔측은 또 익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씨가 보고서 발표 전에 내용을 일부 투자자들에게 흘렸다고 주장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전국 증권업자 협회(NASD)는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투자자들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J.P.모건의 법률팀은 2주 동안 이씨의 이 메일 및 전화통화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정보유출에 대한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J.P.모건측은 “우리가 발행하고 있는 모든 보고서의 독립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넥스텔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J.P.모건 등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향후 기업 평가와 관련, 기업들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J.P.모건 근무 3년째인 이씨의 경우 기업들의 평가와 관련 ‘압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씨는 지난 6월 AT&T에 대해서도 투자 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AT&T측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당시 AT&T측은 “이해할 수 없는 전망으로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의 전망이 나온 지 이틀 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AT&T의 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씨의 보고서 나온 지난 10월8일 넥스텔의 주가는 장중 한 때 8%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회복, 변동이 없었다. 현재 넥스텔의 주가는 이씨가 지난 6월 넥스텔에 대해 ‘중립’으로 평가를 내린 후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다.

한편 이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전 내부승인 없이는 미디어와 인터뷰를 할 수 없다”며 더 구체적인 사실은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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