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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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한 ‘전시 대통령’ 부시

2002-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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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들은 대통령들이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정책결정을 내리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주에 발간된 밥 우드워드의 책 ‘교전중인 부시’(Bush at War)는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드워드의 글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주요 취재원으로 삼고 있어 당연히 부시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의 ‘전시 내각’ 회의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다른 전시체제 대통령인 링컨, 루즈벨트, 케네디, 존슨처럼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나올 법한 얘기들이다.
전쟁지도자로서 부시의 기록은 그를 이들 전시 대통령과 비교해 볼 수 있다. 부시는 회의도중 강경파와 온건파의 논지를 침착하고 주의 깊게 듣고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 정책을 결정하며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반드시 승리를 거두려 한다.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부시가 결단력을 갖춘 군통수권자로 묘사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과연 부시가 위대한 대통령에 필요한 비전과 창조력을 겸비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이어 우드워드는 그의 강력한 모습에는 경박함이 내포돼 있는 게 아니냐, 부시가 원칙을 중요시하는 지도자라면 왜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그토록 ‘정치적’인 것처럼 보이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진다. 역사가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2001년 10월 26일 ‘전시내각’이 회동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대단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언론이 지적이 나오면서 곤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자 부시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지 19일 밖에 안됐다. 언론에 좌지우지돼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모두 동의한 계획이니 좀 더 참고 기다려보자”며 밀어붙였다. 결국 미국은 탈레반을 붕괴시키고 알 카에다의 근거지를 분쇄하는 데 성공했다. 부시는 또 각료의 강온파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부시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 힘을 실어주고 강공책을 견지할 필요가 있으면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손을 들어준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보여준 것처럼 부시는 보좌관들이 안절부절못할 때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았다. 부시는 조지 테빗 중앙정보국장의 제의를 받아 들여 7,000만 달러를 아프간 반군에 지원하는 비밀계획을 끌렸었다.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전시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존슨은 자신의 정책에 대해 확신이 부족했다. 그러나 부시는 다르다. 1964년 당시 존슨의 전화녹음 내용에 따르면 존슨은 베트남 전쟁이 미국을 곤궁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이 같은 자신의 신념을 정책으로 집행하지 않았다.
베트남 문제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존슨은 “베트남에서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는 우리가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것 중에 가장 나쁜 상황이다”고 했다.
반면 부시는 자신은 전시 대통령으로서 밤에 잠을 잘 잔다고 우드워드에게 주장했다. 부시가 업무수행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데이빗 이그나시우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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